보조금 눈속임…배차 불이행 사례 적발
재정지원 두 배 늘고 운행은 감소
시 “서비스 개선 뒤 지원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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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서울 시내 한 마을버스 차고지에 정차된 마을버스. / 사진 : 연합 |
[대한경제=박호수 기자] 서울시가 마을버스 운송사업조합의 ‘통합환승제 일방 탈퇴’ 움직임에 정면 대응을 선언했다. 시는 환승제 탈퇴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상 불가능하다고 못 박으며, 강행할 경우 사업정지나 과징금 부과 등 법적 제재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동시에 시민 불편을 막기 위해 시내버스 대체 투입 같은 긴급 대책까지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22일 오전 서울시는 ‘마을버스 환승제 탈퇴 관련 약식브리핑’을 열고 “환승제 탈퇴가 사실상 요금 변경ㆍ조정에 해당한다”며 “법 제8조에 따라 요금 변경은 반드시 서울시에 신고하고 수리를 받아야 하므로, 조합의 일방적 결정은 허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2004년 도입된 수도권 통합환승제는 지하철, 시내버스, 마을버스를 자유롭게 갈아탈 수 있도록 하여 시민 이동 편의를 획기적으로 높였다. 이 제도가 무너지면 환승 시마다 추가 요금을 내야 하고, 교통약자와 저소득층이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시는 또 재정지원 의존도가 높은 중소 마을버스 운수사들이 지원 중단 시 곧바로 경영위기에 몰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시가 강경 모드로 돌아선 배경에는 최근 수년간의 실태 분석이 있다. 지난 5년간 마을버스 재정지원 규모는 2019년 192억원에서 올해 412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지만, 노선별 운행 횟수는 오히려 24% 줄었다.
시에 따르면, 이 기간 마을버스의 배차 간격은 제멋대로였고, 첫차ㆍ막차도 제시간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어떤 운수사는 하루 두 대가 다녀야 할 노선을 한 대만 투입해 배차 간격이 40분을 넘겼다. 출퇴근 시간대 10대를 돌린다고 신고해놓고 실제로는 6대만 운행해 승객들이 20분 넘게 기다린 사례도 확인됐다. 막차를 자정에 운행해야 하는데 밤 11시 28분에 끊어버린 업체도 있었다.
차고지에 세워둔 미운행 차량까지 보조금 신청에 포함시키는가 하면, 승객이 적은 주말에만 운행을 늘려 법정 횟수를 채우는 식으로 눈속임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정작 시민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평일 아침ㆍ저녁에는 버스가 부족해 발이 묶였다.
이에 시는 노선별 운행 횟수와 배차 간격을 실제 수요에 맞춰 재조정하고, 8월 말부터 자치구ㆍ운수사와 협의를 거쳐 10월까지 운행계통 협의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표준회계처리 지침 준수, 감사보고서 제출 시한 관리, 합동 불시점검 등 회계 투명성 강화 방안도 병행한다. 협상 과정에서 서울시는 ‘선(先) 서비스 개선, 후(後) 지원’ 원칙을 분명히 했다.
시는 협상 의지를 유지하되, 조합이 끝내 환승제 탈퇴를 강행할 경우 법 집행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여객자동차법 제23조에 따른 개선명령, 제85조에 따른 사업정지, 제88조에 따른 과징금 부과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시민 불편을 막기 위해 임시로 시내버스를 투입하거나 노선을 조정하는 긴급 대책도 마련하겠다고 했다.
여장권 서울시 교통실장은 “마을버스는 시민 생활과 밀접한 교통수단이며, 서비스 개선 없이 재정지원만 요구하는 것은 시민에게 피해를 전가하는 것”이라며, “서울시는 마을버스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해 협의를 이어갈 것이나, 탈퇴를 강행할 경우 법적 조치 및 시민 불편을 막기 위해 모든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박호수 기자 lake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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