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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디스플레이 산업, ‘쌍두마차’서 밀려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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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9-23 16:55:15   폰트크기 변경      
中 공세에 삼성·LG 투자 축소…“초격차 놓치지 말아야”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디스플레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주제발표를 듣고 있다. 심화영기자


[대한경제=심화영 기자]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이 반도체와 함께 국가 전략산업으로 꼽히던 ‘쌍두마차’ 자리에서 점차 밀려나고 있다. 중국의 거센 추격과 삼성ㆍLG의 투자 축소가 맞물리며 TVㆍ패널 경쟁력이 흔들리는 가운데, 산업계에서는 “육성정책의 초격차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23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이재관 국회의원(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주최로 열린 ‘디스플레이 산업 위기진단 및 경쟁력 강화 전략 마련’ 포럼에서는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의 현주소와 돌파구를 모색하는 논의가 이어졌다.

주제발표를 맡은 박진한 옴디아 이사는 “디스플레이산업은 지난 12년간 대수나 매출액 기준으로 양적 성장이 정체됐지만, 면적 기준으로는 매년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TVㆍ모니터ㆍ스마트폰 등 화면이 커지고 고해상도화되면서, 단위 수량과 매출은 정체돼도 전체 생산ㆍ판매 면적은 증가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구조적 변화가 위기와 함께 진행되고 있다. 박 이사는 “한국업체들이 LCD에서 발을 빼는 사이 시장이 사실상 중국 독과점 구조로 가면서 폐해가 나타나고 있다”며 “TV산업도 패널 소싱처가 한국산에서 중국산으로 바뀌면서 경쟁력이 흔들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올해 한국업체에서 TV용 패널을 구매한 비중은 한 자릿수 미만으로 떨어졌다.

옴디아 자료에 따르면 1분기 글로벌 TV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19.2%), TCL(13.7%), 하이센스(11.9%), LG전자(10.7%) 순으로 나타났다. 프리미엄 TV 시장에서도 하이센스ㆍTCL의 합산 점유율이 전년 대비 12%포인트 오른 39%로 급등한 반면, 삼성전자는 39%에서 28%로 11%포인트 하락했다.


그는 “삼성전자가 여전히 세계 1위를 지키고 있지만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고, LG전자는 4위권으로 내려앉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두 회사 모두 패널 구매 협상력이 약화되며 큰 위기를 맞고 있다”고 설명했다.

LCD에서 벌어들인 돈을 차세대 디스플레이에 재투자하는 중국 업체들의 ‘선순환’도 한국 기업에 위기감을 키우고 있다. OLED 분야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스마트폰 중심으로 성장해 온 OLED 시장에서 2017년 처음 진입한 중국 업체들이 내년에는 한국 업체를 추월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기술ㆍ품질은 아직 한국이 앞서지만, 애플ㆍ삼성을 제외한 고객사가 대부분 중국이라는 점이 중국 업체의 빠른 점유율 확대를 뒷받침하고 있다.

다만 아이폰은 매년 고사양ㆍ차별화된 디스플레이를 요구하고 있어 내년 출시 예정인 첫 폴더블 아이폰에는 한국산 디스플레이가 독점 공급될 예정이다. 삼성전자가 모바일PC용 OLED 시장을 겨냥해 8.6세대 OLED 투자를 단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중국 차이나스타와 BOE가 같은 세대의 OLED에 공격적 투자와 양산 시점 앞당기기에 나서면서 ‘맞대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마이크로LED에서도 중국의 선제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 두번째 주제발표자로 나선 산업연구원 이준 경영부원장은 “초격차만으로는 버티기 어렵고 산업정책이 필요하다”며 “직면한 산업적ㆍ환경적 상황이 쉽지 않은 만큼 정부와 기업이 함께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업체들은 보조금의 힘이 흑자전환의 배경인 만큼, 한국도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부원장은 “디스플레이 경쟁력을 상실한다는 것은 가전 등 수요산업의 경쟁력을 상실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업계는 “한국 TV사업 위기 뒤에는 패널 경쟁력 약화가 있었다”는 진단에 공감하면서, 반도체와 함께 국가첨단전략사업으로 꼽히던 디스플레이 산업이 다시 ‘초격차’를 유지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과 투자 유인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심화영 기자 dorot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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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화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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