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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종교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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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9-25 08:44:57   폰트크기 변경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구속됐다. 그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과 공모해 2022년 1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통일교 현안을 국가정책으로 추진해달라며 1억원을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건진법사’를 통해 김건희 여사에게 고가의 목걸이 등을 건네며 청탁한 데 관여하고, 자신의 원정도박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에 대비해 윤씨에게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재판 결과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통일교로서는 최대 위기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통일교는 2023년 3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신도들을 대거 입당시켰다는 의혹도 받는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국민의힘 당원 데이터베이스 관리업체를 압수수색해 통일교 신도들로 추정되는 11만여명의 명단을 확보했다. 그러자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민 10%는 우리 당원이다. 어떤 명단이든 120만명 명단을 가져오면 12만 명 정도는 우리 당원 명부에 들어 있을 가능성이 통계학적으로 맞다”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궁색하지만, 통일교 대거 입당을 시인한 발언으로도 읽힌다.


통일교라고 해서 정당에 가입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문제는 지도자의 지시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세력이 특정 목적을 가지고 입당했다는 사실이다. 통일교 지도부가 국민의힘 지도부를 고르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페이스북에 “통일교 11만, 신천지 10만, 전광훈 세력 등을 합치면 그 당은 유사 종교집단 교주들에게 지배당한 정당이나 다름없다. 유사 종교집단 교주들의 지령에 따라 지도부와 대선후보가 결정되는 꼭두각시 정당”이라고 비난했다.

지난 정부 때 종교와 무속, 이단은 정치의 한가운데 자리했다. 이해할 수 없는 괴상한 일들의 배경에 무속이 있었고, 정당의 의사결정에 종교가 관여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제정일치 시대로 퇴행하는 모습이다.


계엄사태와 탄핵정국에서는 전광훈류의 목사들이 광장 연단에 올랐다. 부정선거, 혐중, 차별, 계엄 옹호까지 비상식적인 주장과 선동이 목사들의 입에서 쏟아졌다. 급기야 전도사와 폭도들이 법원에 난입하기에 이르렀다. 직책이 ‘특임 전도사’라는데 그의 ‘특수임무’는 무엇일까. 현 정부에서도 한미정상 관세협상이라는 중차대한 상황을 앞두고 우리 정부가 교회를 탄압한다고 미국에 ‘고자질’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채 상병 특검 수사에서는 목사들이 수사대상에 포함됐는데, 한 원로목사는 소환 통보를 거부하고 조사에 불응하고 있다. 법 위에 군림하는듯한 태도다.

혐오, 차별, 정치가 사랑, 소망, 믿음의 자리를 차지하면서 교회도 댓가를 치르고 있다. 이른바 교회에 나가지 않는 개신교 신도를 칭하는 ‘가나안(거꾸로 하면 안 나가)’ 교인이 전체 개신교 신도의 3분의 1 수준으로 늘었다고 한다. 예수님이 아니라 목사가 싫어서 교회에 나가지 않는 것이다. 사실 아들에게 세습하는 교회라면 교회라기보다는 목사가 CEO인 사업체에 가깝다. 일요일에도 ‘남의 회사’에 출근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종교의 역할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답답한지라 종교의 역할이 무엇인지 AI에게 물어보니 ‘개인과 공동체에 도덕적 기준을 제공하고, 삶의 의미와 목적을 탐색하며, 사회적 결속력과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AI도 아는 이런 목적을 정치가 충만한 우리 종교에서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정교 유착’이라고도 불리는 현상황을 예수님은 어떻게 생각하실까. 마태복음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바리사이파들이 예수를 함정에 빠트리고자 황제에게 세금을 내도 되느냐고 묻는다. 예수님은 답하신다.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돌려주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드려라.”


김정석 정치사회부장 j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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