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홍성군, 반려동물 문화센터 졸속 행정과 편법 논란에 ‘신뢰 추락’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기사입력 2025-09-25 10:59:03   폰트크기 변경      
가축사육제한지역 알면서도 추진…뒤늦게 조례 바꿔 뒷북 행정에 가축사육제한구역 제도 무력화 논란

반대 현수막이 걸려있는 반려동물 문화센터 입구 모습 / 사진 : 나경화 기자


[대한경제=나경화 기자] 반려동물 천만 시대를 맞아 전국 곳곳에서 지자체들이 앞다투어 반려동물 정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충남 홍성군이 수십억 원을 들여 추진한 ‘홍성반려동물 문화센터’는 개원을 앞두고 벌써부터 졸속 행정과 편법 운영의 표본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과도한 부지 매입, 부적절한 입지 선정, 뒤늦은 조례 개정까지 더해져 행정 불신만 키우고 있다.

홍성군은 2022년 11월 주민 여론 수렴을 시작으로 2023년 9월 부지 매입, 2024년 3월 건축 사전검토를 거쳐 올해 9월 건축물 사용승인을 마쳤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해당 부지가 ‘가축사육제한구역’이었다는 점이다. 동물 보호와 주민 복지를 내세운 사업이 법적 제약을 무시한 채 강행되었다는 논란이다.

군은 이미 2024년 10월 내부 보고서를 통해 법적 문제를 인식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멈추지 않았다. 결국 올해 2월 ‘홍성군 가축사육 제한구역에 관한 조례’를 개정해 공공 목적 시설을 예외로 허용하는 조항을 추가했다. 그 안에 ‘동물보호법에 따른 동물보호센터’도 끼워 넣었다. 주민과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불법을 저질러 놓고 뒤늦게 합법으로 둔갑시킨 전형적 편법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반려동물 문화센터 내부 유기견 보호시설 모습 / 사진 : 나경화 기자


사업 추진 초기에는 반려동물 힐링을 위한 ‘반려동물 문화센터’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생명존중, 반려문화 정착, 지역 활성화가 강조됐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설은 기존 공장 리모델링 수준으로 축소됐고, 정작 활용 계획조차 없는 인근 토지까지 군비로 매입했다. 그 결과 주민들이 기대한 반려문화 복합 공간은 사실상 유기견 보관소로 전락했다.

홍성군민 A씨는 “고속도로 옆 소음과 매연 속에 반려동물을 가둬두는 것은 제2의 학대”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반려인들 또한 “센터가 유기견 보호의 최저선조차 지키지 못할 것”이라며 불만을 토로한다.

홍성군의회는 지난 18일 임시회에서 현장 방문을 통해 군의 무책임한 사업 추진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최선경 의원은 “허가 당시 이곳은 가축사육제한지역이었다. 뒤늦게 조례를 바꿔 법적 문제를 피하려 한 것은 편법”이라며 군을 강하게 질타했다.

그는 이어 “지역 발전을 명분으로 법과 절차를 무시한 행정이 정당화될 수 없다”며 향후 운영계획과 예산 집행에 대한 세부 보고를 요구했다.

그러나 군은 “공공 목적 시설은 예외”라는 변명만 되풀이하며 사후 대책을 검토하겠다는 원론적 답변에 그쳤다.


현장 방문을 하고 있는 홍성군의회 의원들 모습 / 사진 : 나경화 깆


더 심각한 문제는 조례 개정으로 인해 가축사육제한구역 제도가 사실상 무력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주민 생활환경 보호와 공공 안전을 위해 도입된 제도가 행정 편의에 따라 쉽게 바뀌면, 앞으로도 유사한 사례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공공 목적이라는 명분이 남용되면, 법과 제도가 무력화되고 행정 신뢰가 뿌리째 흔들릴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행정 미숙이 아니라, 법적 제약을 무시한 채 사업을 강행하고 불리한 규정을 고쳐 뒤늦게 합법화한 편법 행정이라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 특히 토지 매입(2023년 9월)과 조례 개정(2025년 2월) 사이의 간극은 군이 애초부터 문제를 인식하고도 의도적으로 밀어붙였음을 보여준다.

주민 B씨는 “군이 법을 어겨놓고 뒤늦게 합법을 가장했다”며 “공공기관조차 규제를 무시한다면 앞으로 어떤 제도를 믿을 수 있겠냐”고 개탄했다.

홍성군은 지금이라도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고 관련자 처벌 및 사후 땜질식 조례 개정이 아닌 원칙과 절차를 지키는 재발방지책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홍성=나경화 기자 nkh67@daum.net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프로필 이미지
정치사회부
나경화 기자
nakh67@
▶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대한경제i' 앱을 다운받으시면
     - 종이신문을 스마트폰과 PC로보실 수 있습니다.
     - 명품 컨텐츠가 '내손안에' 대한경제i
법률라운지
사회
로딩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