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김봉정 기자] 원·달러 환율이 정규장서 1400원을 넘어선 가운데 시장에서는 추가 상승 폭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 금리 인하 기대 약화와 한미 투자 협상 불확실성이 맞물리면서 단기적으로 급등했지만 협상이 타결될 시 다시 안정세를 되찾을 것이란 분석이다.
2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03.0원에 거래를 시작해 주간거래 종가(15시30분) 기준 전 거래일 대비 3.1원 오른 1400.6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22일(1400.5원) 이후 약 한 달 만에 1400원대를 다시 기록한 것이다.
환율 상승 배경으로는 대외·대내 요인이 동시에 작용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대외적으로는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가 줄어들면서 달러가 반등할 때마다 원화 약세 폭이 커졌다”며 “대내적으로는 한미 투자 협상 과정이 주요 변수로 작용해 협상 불발 가능성에 대한 경계심이 환율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미국 통화정책 불확실성도 부담으로 꼽힌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첫 연설에서 고용과 인플레이션 우려를 동시에 언급하며 향후 금리 경로에 대해 뚜렷한 힌트를 내지 않았다.
그는 “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 위험은 상방으로, 고용 위험은 하방에 치우친 상황”이라고 말하는 등 추가 금리 인하에 신중론을 유지했다.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도 선제 금리 인하설에 대해 애매한 스탠스를 보인 바 있다.
한국은 미국과 통상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을 만나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 등 한미 간 관세 협상을 논의했다.
기획재정부도 이날 구윤철 부총리 겸 장관이 베선트 장관과 만나 통화스와프를 포함한 환율 협상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다만 원·달러 환율이 추가로 치솟을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박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한미 협상 불발 소식이 나오면 급등할 수 있지만 협상이 타결되면 원·달러 환율은 다시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며 “현재는 1400원 초반대 수준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최규호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 상승 압력은 미국 물가와 통화정책 불확실성에서 비롯된다”며 “당분간 물가 안정과 정책 완화 기대가 강해지기 어렵기 때문에 환율이 당장 하락 추세로 들어서긴 쉽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 물가 상승률이 이번 분기를 정점으로 낮아지고 관세 부담도 점차 완화되면서 연말에는 환율이 하락할 것으로 본다”며 “현재 기준 적정 환율은 1370원, 연내 환율 하단은 1350원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국내 주식시장에는 외국인 자금 유입도 이어지고 있다.
박 연구원은 “환율 오름세는 펀더멘털 취약성 때문이 아니라 예측 불가능한 변수들 때문”이라며 “이런 요인이 해소되면 원화 강세 기대가 여전히 남아 있어 외국인 입장에서는 환율에 대한 구조적 우려가 크지 않아 외국인 자금 유입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봉정 기자 space02@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