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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배달 수수료 상한제 도입시 외식산업 매출 2.5조 증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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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9-25 16:45:41   폰트크기 변경      
플랫폼 수수료 상한제 실효성 논란… 학계 “소상공인ㆍ소비자 모두 피해”

박성호 서울대학교 교수(왼쪽), 이유석 동국대학교 교수(오른쪽)이 유통포럼 종합토론에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 문수아기자 
[대한경제=문수아 기자] “수수료 상한제가 도입되면 외식산업 매출이 약 2조5000억원, 영업이익은 1조원 줄어들 수 있다.”

이유석 동국대 교수는 25일 ‘플랫폼 시대, 유통산업 대전환과 공정경쟁의 원칙과 방향’을 주제로한 유통포럼에서 이같이 경고했다. 이날 포럼은 한국온라인쇼핑협회ㆍ한국유통학회가 공동 주관했다. 최근 국회에서 플랫폼 수수료 상한제 입법 논의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학계는 해외 사례와 실증연구를 토대로 제도의 실효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현재 국회에는 민주당 송재봉 의원이 발의한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이 계류 중이다. 법안은 외식중개플랫폼 서비스 이용료 상한을 대통령령으로 정하고, 일정 규모 이하 소규모 사업자에는 우대 수수료를 적용하도록 규정한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도 최근 인사청문회에서 상한제 도입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며 추진 가능성을 높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해외의 부작용 사례와 국내 산업 구조를 근거로 신중론을 폈다.

박성호 서울대 교수는 카카오톡 ‘선물하기’ 사례를 실증 연구로 제시했다. 소비자는 배송지 입력 없이 전송하는 기능에 7937원, 친구 희망목록 확인 기능에 4535~4858원 수준의 가치를 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판매자 조사에선 소규모 사업자일수록 매출 증가 효과가 컸으며, 다른 채널 대비 할인 부담도 적었다.

박 교수는 “디지털 플랫폼의 편익은 GDP 통계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며 “규제 설계에도 이런 가치를 측정해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유석 교수는 상한제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수치로 제시했다. 코로나19 시기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인 레스토랑을 보호하려고 수수료를 15%까지 상한선을 두자 개인 레스토랑의 배달앱 입점은 늘었지만 소비자 수수료는 7~20% 늘고, 배달원 임금은 3.6% 줄었다. 플랫폼을 거치지 않는 직접 주문 증가로 쇼룸 역할도 약화돼 포장 주문이 2.4% 감소했다. 이를 한국에 적용하면 주문량 6.8% 감소만 가정해도 외식산업 매출 2조5000억원, 영업이익 1조원 감소로 이어진다. 무료배달 중지까지 더해질 경우 매출 7조8000억원, 영업이익 3조원 감소가 예상된다.

다른 플랫폼과 달리 배달앱은 ‘O2O(온오프라인 결합)’ 구조라는 특수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온라인 거래만 이뤄지는 산업은 서비스 추가에 따른 투입 비용이 0에 가깝지만, 배달플랫폼은 주문마다 물리적 비용이 필연적으로 발생한다”며 “날씨나 이벤트에 따라 수요ㆍ공급 불균형이 생기면 서비스 품질은 쉽게 저하된다”고 말했다.

토론에 나선 학자들도 신중론을 더했다.

좌장을 맡은 이동일 세종대 교수는 “플랫폼을 무료로 쓴다고 해서 가치가 없는 게 아니다”며 단순 가격 규제가 의도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음을 경고했다.

장명균 호서대 교수는 “상한제는 한시적으로 적용하고 효과를 재검토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며 “공정거래법 강화, 플랫폼 투명성 제고, 실증 샌드박스 도입 등 다른 방법이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유영국 한신대학교 교수는 “배달앱 수수료라는 특정 이슈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입법 카드를 사용하면 시장 상황이 바뀔 때 수수료 이외에 대응할 수 있는 가능성을 구조적으로 제한해 버린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배달 수수료 입법 목적인 소상공인 보호에 맞는 구조적 진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가장 큰 문제는 국내 외식업체가 과잉 상태라는 대목이다. 국내 외식업체는 79만5000개로 미국보다 많지만, 연평균 매출은 2억2300만원에 그쳐 본질적으로 수익성이 낮다.

이춘우 서울시립대 교수는 “전체 배달앱 입점 사업자 중에서 수수료 부담으로 수익성 문제를 겪는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 연구가 필요하다”면서 “소상공인의 플랫폼 의존도를 줄이고 자생력을 높이는 정책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문수아 기자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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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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