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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대통령 [대통령실 제공] |
[대한경제=강성규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한국 역대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의장 자격으로 공개 토의를 주재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 유엔총회 계기 미국 순방을 통해 ‘정상화’된 한국의 국제사회 복귀와 ‘K-민주주의’의 위상, ‘E.N.D 인니셔티브’를 통한 한반도 평화 실현 의지를 세계 각국에 명확히 알렸다는 평이다.
특히 인공지능(AI)과 대체 에너지 등 미래 산업 발전을 주도하는 동시에 국제 협력을 추동하는 중추적 역할을 각인시키고, 글로벌 기업ㆍ국가들로부터 실질적인 투자와 지지를 이끌어내는 등 경제ㆍ외교적 실리도 취했다는 분석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AI와 국제평화ㆍ안보’를 주제로 열린 안보리 토의에서 AI 기술의 ‘양면성’을 부각하며 인류 발전과 평화를 위해 첨단 기술이 활용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 단합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 대통령은 “오늘날 AI 기술의 발전은 우리 일상을 변화시키는 것을 넘어 국제적인 안보 환경까지 급격히 바꾸고 있다”며 “80년 전 출범 당시 유엔의 주요 관심사가 ‘새로 등장한 핵무기 위협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였다면, 이제는 AI라는 새로운 위협과 도전에 걸맞은 새로운 거버넌스를 모색할 시기”라고 진단했다.
또 ‘현재의 AI는 새끼 호랑이와 같다’는 제프리 힌튼 토론토 대학 교수의 발언을 언급하며 “우리를 잡아먹을 사나운 맹수가 될 수도 있고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나오는 사랑스러운 ‘더피’가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변화에 대비하지 못하고 끌려간다면 극심한 기술 격차가 ‘철의 장막’을 능가하는 ‘실리콘 장막’으로 작동해 세계적인 불평등과 불균형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많은 전문가의 경고대로 인공지능이 인류를 멸종시킨다면 이는 공통 규범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라며 “각국 정부와 학계, 산업계, 시민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모두를 위한 AI’, ‘인간 중심의 포용적 AI’로의 혁신을 이뤄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토의 전후 각국 정상들과 릴레이 회담도 이어갔다. 특히 전날 원전ㆍ조선ㆍ반도체 등에 이어 이날은 ‘K-방산’이 주목받았다.
이 대통령은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 회담에서 “양국이 지리적 위치나 국민성 등 여러 측면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며 AI, 방산 등 분야에서 호혜적 협력을 발전시켜 나가자고 제안했다.
카롤 나브로츠키 폴란드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도 양국 정상은 방산 협력이 지속 발전해 온 점을 평가하며, 한국과 폴란드의 기업들이 호혜적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협력을 늘려가자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나브로츠키 대통령은 한국과 체결한 K2 전차 계약과 관련해 “납품 시기를 잘 지켜 도입되고 있다”고 호평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산 무기가 품질도, 가성비도 좋고 납품 일정을 절대 어기지 않는 등 장점이 크다”며 다른 방산체계로의 협력을 강화하자고 화답했다.
‘세일즈 외교’ 측면에서 이번 순방의 최대 성과는 세계 최대 자산 운용사 블랙록의 투자를 유치한 것이 꼽힌다. 블랙록 회장이자 세계경제포럼 의장인 래리 핑크는 지난 22일 이 대통령과 접견에서 한국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AI 수도’ ‘에너지 분야 글로벌 허브’ 도약을 목표로 대규모 투자를 하기로 약속했다.
대통령실은 구체적 투자 규모는 밝히진 않았으나 현재 블랙록의 자산 운용 규모(12조5000억달러) 등을 소개하며, 향후 ‘수십조원’ 단위에 이를 것이라고 시사했다.
다만 예년과 달리 정상간 만남이 사전 조율조차 되지 않는 등 교착 상태가 여실히 드러난 한미 통상 협상은 여전히 ‘미완의 과제’로 남았다. 한반도 정책 구상 또한 이를 주도해야 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언급조차 하지 않으면서 의미 있는 진전을 보이진 못했다는 평이다.
우리 정부는 관세 협상ㆍ북미 대화 등 주요 현안 관련, 오는 10월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물꼬 트기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다.
강성규 기자 gg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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