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이근우 기자] 한국은 산업재해 사망재해율이 높아 ‘산재공화국’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이에 정부가 ‘노사정이 함께 안전한 일터 만들기’에 총력을 다하고자 특단의 대책을 내놓고 본격 시행에 나선다.
28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산재 사망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만인율)은 0.39‱로 일본(0.12), 독일(0.11), 미국(0.35), 영국(0.03)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회원국 대비 최하위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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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노동부 장관이 지난 15일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노동부 제공 |
작년 국내 사고사망자는 589명이다. 이 중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339명)과 기본 안전 수칙 준수로 예방 가능한 추락ㆍ끼임ㆍ부딪힘 같은 재래형 사고가 전체의 60% 가량을 차지한다.
외국인 노동자 사망은 102명으로 전년(85명)보다 20.0% 늘었고, 특수형태근로(특고) 종사자 사망도 83명에서 101명으로 21.7% 늘었다. 60세 이상 고령자의 경우 250명으로 전체의 절반(42.4%)에 달한다.
중대재해는 노동자 개인의 생명뿐 아니라 산업 전반의 생산성 저하와 기업 신뢰도 하락 초래 등 국가적으로도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유발한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작년 산재로 인한 경제 손실액을 38조원으로 추산했으며, 재해율이 1%포인트(p) 증가할시 연간 1인당 노동생산성이 383만원 감소한다고 내다봤다.
노동부는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고위험 현장을 중심으로 산재 예방에 모든 자원을 집중하기로 했다. 근본적 해결을 위해 노동자는 보호의 객체에서 ‘예방의 주체’로 전환하고, 중대재해가 반복 발생하는 기업에는 ‘확실한 책임’을 부과한다는 복안이다.
산재 사망사고가 빈발하는 건설사의 경우 아예 등록 말소를 요청해 영업 활동을 중단시키고, 연간 3명 이상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기업에 영업이익 5% 이내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의 내용이 핵심이다.
민간기업에 대한 규제책과 함께 공공을 포함한 발주자에게 적정 공사비와 공사 기간 보장 의무화, 중대재해 발생 공공기관장 해임 근거 마련 등 공공 발주청의 사고 예방책임도 비중있게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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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노동부 장관이 지난 23일 서울 성동구 신축 건설공사 현장을 불시 점검하고 있다. /사진: 노동부 제공 |
김영훈 장관(사진)은 지난 23일 오후 서울 성동구 신축 건설공사 현장을 불시 점검하기도 했다. 노동부 산하 안전보건공단은 전날 오전 전국 기관장 회의를 열고, 노동안전 종합대책 관련 실행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최근 노동안전 종합대책 후속 조치 성격으로, 중대재해 관련 금융리스크 관리 세부 방안을 내놨다. 앞으로 중대재해를 낸 기업은 은행에서 대출받기가 힘들어진다.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심사시 중대재해 기업의 위법 행위 수준에 따라 기업평가 평점 감점 폭을 5~10점으로 확대하고, 보증료율 가산 제도를 새로 도입한다.
보험권도 최근 3년 내 중대재해가 발생한 기업은 배상책임보험, 건설공사보험, 공사이행보증 등의 보험료율을 최대 15% 할증한다.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도 투자 판단에 고려하도록 스튜어드십코드 및 가이드라인을 개정하고, 환경ㆍ사회적 책무ㆍ기업지배구조 개선(ESG) 평가에도 반영을 의무화하도록 했다.
이근우 기자 gw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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