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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친 데 덮친 격…적정임금제 밀어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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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9-29 09:19:31   폰트크기 변경      

[대한경제=이재현 기자]정부가 건설근로자의 적정 임금 지급을 제도화하는 작업에 착수한다. 이재명 정부가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국정 과제로 내건 상황에서, 건설업 적정임금제 도입을 위한 밑그림을 구체화하겠다는 것이다.

건설업계는 잇따른 규제 강화로 압박이 큰 가운데 적정 공사비 보장 없이 적정임금제가 섣불리 도입되면 건설사에 부담이 전가되는 동시에 분양가 상승 등으로 연결될 수 있어 결국 또 다른 규제가 생기게 되는 것으로 우려한다.

28일 관계기관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건설근로자 적정임금제 제도화를 위한 연구에 착수했다. 국토부는 연구용역을 통해 시범사업 시행 방안을 마련하고, 적정 임금 기준의 산정 방법과 결정 절차를 검토할 계획이다.

적정임금제는 공공공사 발주자가 정한 시중노임단가 이상의 임금을 근로자에게 지급하도록 하고, 그 이행 책임을 원사업자에게 부과하는 구조다. 정부는 2017년과 2021년 두 차례에 걸쳐 도입 방향과 방안을 제시했지만, 다단계 생산 구조에서의 가격 경쟁으로 인해 실질 임금이 하락하고 청년층 유입과 내국인 숙련 인력 감소가 지속되면서 건설업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판단 아래 제도화를 다시 추진한다.

즉, 최저가 낙찰과 재하도급 과정에서 인건비가 ‘마지막 공정’으로 밀리는 관행이 실질 임금 하락과 숙련 인력 이탈ㆍ고령화를 심화시켰다는 진단이다.

다만 공사비 현실화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추진된 과거의 적정임금제는 사업성 악화 우려와 정권 교체 등의 변수로 안착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의 법제화를 목표로 내세운 만큼, 국토부가 적정임금제 설계를 다시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국토부는 이번 연구에서 전자대금시스템과 전자카드제 연계 사업을 통해 건설근로자공제회가 수집하는 실제 임금 데이터를 바탕으로 직종별 적정 임금을 산정할 방침이다. 또한 노무비 상승분 반영을 위한 공공 계약제도 개편을 검토하고, 실제 지급 임금이 적정 임금 이상인지 확인할 수 있도록 전자카드 시스템과 임금 직접지급 시스템의 연계를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따라서 ‘공종ㆍ지역ㆍ숙련도에 따른 기준임금 책정 방식’이 제도의 핵심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확정된 적정임금을 발주자가 정하고, 이를 계약ㆍ하도급 단계로 이관해 최종 근로자까지 보장하겠다는 구상이다.

문제는 비용이다. 현장에서는 적정임금제가 곧 공사비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공공공사는 적정임금 반영분을 예정가격과 설계ㆍ변경 단계에 반영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추가 비용을 건설사가 오롯이 떠안아야 한다. 민간 분양사업도 공사비 인상분이 분양가와 사업성에 압박을 줄 수 있다.

결국 제도의 연착륙을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뒷받침돼야 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적정임금제를 담보하기 위해 예정가격ㆍ설계변경ㆍ총사업비 조정 등 비용 반영 절차를 신속하고 투명하게 운영하고, 현장의 행정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적정임금제는 안전ㆍ품질의 기초 체력을 키우는 처방이 될 수 있으나, 공사비 현실화ㆍ조달제도 개선ㆍ현장 행정 부담 완화가 병행되지 않으면 또 다른 규제로 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현 기자 l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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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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