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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정자원 화재로 불에 탄 리튬이온 배터리. /사진: 연합 |
[대한경제=이계풍 기자]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로 정부 전산망이 장시간 마비되면서 ‘배터리 포비아(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 26일 국정자원 대전 본원 전산실 화재는 무정전전원장치(UPS)용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발생했다.
이번 화재 원인은 전산실의 설계적 결함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UPS와 서버가 같은 공간에 배치돼 있었고, 배터리와 서버 간 간격은 60㎝에 불과했다. 서버 사이 간격도 1.2m로 좁아 화재가 발생하면 곧바로 전산 장비로 확산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외부 충격이나 과충전 같은 이상 조건에서 내부 온도가 급격히 상승하는 열폭주가 일어난다. 2022년 카카오톡 먹통 사태도 판교 데이터센터 ESS 화재 때문이었다. 소방청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6월까지 발생한 배터리 화재는 총 2439건이다.
업계는 배터리 자체의 위험성보다는 화재 확산을 막을 안전 체계의 부재에 주목한다. 현실적 대안으로 △배터리실과 서버실 분리 △방화 구획 및 격벽 설치 △다층 감지 센서 등을 제시한다.
특히 셀 단위에서 전압과 온도를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이상 신호가 발생하면 해당 모듈을 스스로 차단하는 ‘배터리관리시스템(BMS) 고도화’는 즉시 적용 가능한 해법으로 꼽힌다.
카카오가 지난해 개소한 안산 데이터센터는 모범 사례다. 2022년 판교 화재 사고 이후 새로 지은 이 센터에 배터리·서버 분리, 전기 패널별 소화장치, 소화 가스·물 분사 연계의 다층 진화 체계를 적용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화재로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ESS 보급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2029년까지 2.22GW, 2038년까지 약 23GW 규모의 장주기 ESS를 구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환경부도 2030년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을 100GW, 2035년에는 최대 160GW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태양광·풍력 발전은 이미 소음, 환경 훼손, 경관 문제 등으로 주민 반발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ESS마저 ‘화재 위험 시설’로 인식된다면 수용성은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다.
업계는 안전성 확보 없이는 정부의 보급 목표도 현실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ESS 안전 인증 강화와 화재 대응 표준 개정 같은 제도적 장치가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리튬이온배터리의 화재 취약성은 여전히 남아 있는 과제다. 열폭주가 시작되면 소방 대응이 투입돼도 진압이 쉽지 않고, 급격한 내부 단락이나 셀 간 열 전이 상황에서는 BMS로도 차단이 어렵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기존보다 화재 위험을 줄이고 오랜 시간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로 전환하는 한편, 장기적으로 전고체배터리, 바나듐배터리와 같은 배터리 대안 원천기술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 국내 스타트업인 스탠다드에너지는 세계 최초로 바나듐이온배터리(VIB)를 개발해 ESS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김부기 스탠다드에너지 대표는 “바나듐이온배터리는 900도 넘는 화염으로 15분 이상 태워도 폭발 및 자체 발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며 “리튬이온배터리 4분의 1 수준 용량으로 동일한 성능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계풍 기자 kp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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