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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주 LG생활건강 신임 CEO 내정자. /사진: LG생활건강 제공 |
[대한경제=문수아 기자] 3년 연속 영업이익 감소에 시달리는 LG생활건강이 다시 외부 전문가를 수장으로 선택했다.
LG생활건강은 29일 이사회를 열고 글로벌 화장품 기업 로레알 출신의 이선주 사장을 10월 1일자로 신임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11월 10일 임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대표이사로 공식 선임된다. LG생활건강이 외부 전문 경영인을 수장으로 발탁한 것은 2005년 차석용 전 부회장 영입 이후 20년 만이다.
이번 인사는 이정애 전 사장의 용퇴 결심에 따른 것이다. 이 전 사장은 어려운 경영 환경과 급변하는 소비 트렌드 속에서 브랜드 정비와 글로벌 사업 리밸런싱 중심의 사업구조 고도화를 추진해왔으나, 회사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정기인사 이전 용퇴를 결심했다.
LG생활건강의 실적 악화는 심각한 수준이다. 영업이익은 2022년 7111억원에서 2023년 4870억원, 2024년 4590억원으로 2년 연속 감소했고, 올해는 3203억원(증권가 컨센서스)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3년 만에 영업이익이 절반 이상 줄어드는 셈이다. 증권가는 올해 3분기 화장품 사업부가 적자 전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화장품 사업부 매출은 중국향 실적 부진과 국내 사업 재정비로 전년 동기 대비 22% 줄어든 5098억원, 영업손실은 577억원으로 예상된다.
중국 시장 의존도가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023년 기준 LG생활건강의 중국 매출 비중은 12%였으며 올해 상반기에도 10.3%로 북미(9%)보다 높다. 화장품 매출 부문만 따지면 중국향(중국 현지ㆍ면세) 비중은 46%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주력 브랜드 ‘후’는 한때 중국 관광객과 현지 소비자들에게 폭발적 인기를 얻었지만, 코로나19 이후 중국 내 소비 위축과 보복성 규제, 보따리상 감소로 매출이 급감했다.
사업 포트폴리오 분산도 오히려 약점으로 작용했다. 화장품 외에도 생활용품과 음료 사업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 부문은 매출 안정성은 크지만 수익성이 낮다. 중국 외 시장 개척도 더뎠다. 일본·동남아 진출을 확대했지만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선명하게 구축하지 못했고, 미국·유럽 등 글로벌 프리미엄 시장에서의 존재감도 약하다.
LG생활건강은 이선주 사장이 사업전략 재정비와 조직 쇄신을 이끌 전문가라고 판단했다.
이 사장은 로레알 코리아에서 홍보ㆍ기업 커뮤니케이션 분야로 출발해 ‘입생로랑’, ‘키엘’ 브랜드 GM을 역임했다. 특히 한국에서 키엘 브랜드를 미국에 이어 글로벌 매출 2위 국가로 성장시키며 주목받았다. 이후 키엘 국제사업개발 수석부사장으로 키엘을 로레알 럭셔리 부문 내 랑콤 다음인 2위 브랜드로 올려놓으며 글로벌 매출 두 배 성장을 이끌었다.
엘엔피코스메틱 글로벌전략본부 사장ㆍ미국법인 지사장으로 근무하며 마스크팩 브랜드 ‘메디힐’의 미국 시장 진출을 진두지휘했다. 유니레버 자회사인 카버코리아 대표이사로 부임해 ‘AHC’ 브랜드의 브랜드 아이덴티티 정립과 경쟁력 강화에 기여한 경력도 갖고 있다.
LG생활건강의 이전 황금기를 만든 주역 또한 외부 전문가였다는 경험도 이번 인사에 한 몫을 했다.
2005년부터 2022년까지 역대 최장수 CEO로 회사를 이끈 차석용 전 부회장도 외부 인사였다. 차 전 부회장 취임 후 매출은 최대 8배, 영업이익은 23배 늘었고 2001년 2000억원이었던 시가총액이 2021년 24조원으로 120배 이상 성장하며 황제주로 불렸다.
이선주 사장이 ‘차석용 매직’을 재현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글로벌 브랜드 육성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북미ㆍ유럽 등 선진 시장 공략에 나설지, 고가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재편할지가 관건이다. 변화에 느렸던 조직 문화를 얼마나 빠르게 쇄신하느냐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LG생활건강 측은 “글로벌 화장품 기업에서 축적한 다양한 브랜드 마케팅 및 사업 경험에서 나오는 탁월한 마케팅 감각을 발휘해 화장품 사업의 도약을 이끌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문수아 기자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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