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트렌드포스 |
D램 가격 7년 만에 급등…DDR4, 연초 대비 4.7배 폭등
DDR5 전환ㆍHBM 수요로 공급 부족…삼성ㆍSK, 생산 중단 계획 철회
[대한경제=심화영 기자] 7년 만에 D램 가격이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차세대 DDR5 전환 가속화와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프리미엄 제품 수요 급증으로 메모리 업체들이 생산라인과 웨이퍼를 우선 배분하면서 기존 DDR4 공급이 줄었기 때문이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PC용 범용 D램 ‘DDR4 8Gb(1Gx8)’의 지난달 29일 현물 평균가격은 6.35달러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 평균가(1.35달러) 대비 4.7배 급등한 수치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는 이번주 3분기 고정거래가격을 공개하는데, 업계는 PC·서버용 DDR4·DDR5를 포함한 범용 D램 고정거래가격이 2분기 대비 최대 40% 급등할 것으로 전망한다.
가격 급등 배경에는 메모리 ‘빅3’의 생산 전략 변화가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은 DDR5 전환을 가속화하며 DDR4 생산량을 줄였다. HBM 수주 증가로 웨이퍼 사용량이 늘면서 범용 D램 공급이 빠듯해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중국 CXMT의 DDR4 생산 중단 선언도 공급 우려를 키웠다. 이 때문에 구형 DDR4 가격이 신형 DDR5를 웃도는 ‘가격 역전’ 현상까지 나타났다.
양대 메모리 업체는 대응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올해까지만 유지하려던 DDR4 생산을 내년까지 연장하기로 했고, SK하이닉스도 우시 공장 중심으로 DDR4 생산을 확대한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고객의 DDR4 수요가 여전히 존재해 가격이 급등했고, 양사 모두 생산 중단 계획을 조정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2분기 콘퍼런스콜에서 “이번 DDR4 가격 급등은 공급 부족 우려에 따른 일시적 수요 쏠림”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다음달 추석 연휴 이후 셋째주 초 3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어서 가격 급등이 실적에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
공급 부족은 실제 계약과 재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KB증권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D램 3사 평균 재고는 3주 수준으로 7월 초(5주) 대비 33% 감소해 적정 재고를 크게 밑돌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4분기 고객사와의 물량 계약을 늦추고 있고, 북미 클라우드 업체들이 대용량 메모리 주문을 크게 늘리는 것이 배경으로 분석된다.
KB증권은 “내년 D램 수요 증가율은 17%로 생산 증가율(15%)을 상회할 것”이라며 “AI 데이터센터 중심 수요가 서버 D램, GDDR7, LPDDR5X 등으로 확산되면서 수급 불균형이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구세대 DDR4가 여전히 수익성이 높다는 점도 생산 연장 결정에 영향을 줬다”며 “장기적으로는 DDR5가 주력으로 자리잡겠지만 AI 붐과 맞물린 과도기적 현상으로 가격과 수급 변동성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화영 기자 dorothy@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