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경기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건축자재 업계가 생존 해법으로 고부가가치 제품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단순 자재 공급에서 벗어나 기술 기반의 고기능 제품으로 시장 수요를 선점하려는 움직임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8월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는 전월 대비 4.9포인트 떨어진 68.2를 기록했다. 4개월 연속 하락세로, 기준선(100)을 크게 밑돈 수치다. 현 시황을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긍정적으로 보는 곳보다 훨씬 많다는 의미다.
특히 정부의 ‘산업 안전 강화’ 기조로 착공 시점도 늦어지자 건설 경기에 후행하는 건자재 산업 회복도 미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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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업황 악화 속에서 KCC글라스는 ‘제로에너지’, ‘친환경’ 건축 트렌드에 부합하는 고부가가치 유리 제품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올해 선보인 주거용 더블로이유리 ‘빌라즈(VILAZ)’다. 기존에는 가공 난이도와 가격 탓에 고급 상업용 건축물에만 쓰였지만, KCC글라스가 ‘논엣지딜리션(Non-Edge Deletion)’ 기술을 적용해 내구성과 가공 효율성을 높이며 주거용 시장으로 확대했다.
빌라즈는 이후 인테리어 브랜드 ‘홈씨씨’를 통해 고단열 창호 ‘홈씨씨 윈도우 ONE 빌라즈’로도 확장됐다. 고단열 프레임과 결합해 단열 성능을 극대화한 제품으로, 강화되는 제로에너지 건축물 의무화 흐름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KCC글라스는 외벽 마감재 트렌드인 ‘커튼월 룩’ 확산에 맞춘 코팅 유리 ‘씨룩스(C.LOOKS)’도 시장에 내놨다. 기존 유리는 표면 코팅이 없어 내부 오염이 외부에 드러나는 단점이 있었지만, 씨룩스는 코팅 처리를 통해 이를 보완하고 다양한 색상 옵션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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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C글라스는 기존 건자재 사업에 머물지 않고 미래 모빌리티, AI 등 신산업으로도 포트폴리오를 넓히고 있다. 스마트 필름 전문업체 ‘디폰’과 함께 CES 2025에서 공개한 ‘VPLC(Variable Polarized Liquid Crystal)’ 스마트 글라스가 대표적이다. 전류로 빛 투과율을 256단계까지 조절할 수 있고, 유리 부위별로 투명도를 다르게 설정할 수 있어 스마트시티,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 주목받았다.
LG전자와 협력 중인 차량용 투명 안테나도 차세대 통신 솔루션으로 꼽힌다. 기존 샤크핀 안테나 대비 디자인 제약을 줄이고, 고용량 데이터 송수신 능력을 확보해 전기차 및 자율주행차 시대에 적합하다는 평가다.
반도체 분야 진출도 본격화했다. KCC글라스는 최근 산업통상자원부 국책 과제인 ‘차세대 패키징용 저유전손실 유리기판 소재 및 가공 기술 개발’ 수행기업으로 선정됐다. 유리기판은 플라스틱, 실리콘 기판을 대체할 차세대 소재로 꼽히며, AI 반도체의 전력 효율성과 고열 대응력을 높이는 ‘꿈의 기판’으로 불린다.
동종 업계도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LX하우시스는 친환경 바닥재와 고단열 창호를 전면에 내세우는 동시에, 자동차용 내장재, 경량화 소재 등 모빌리티 사업 비중을 확대하며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L&C 역시 프리미엄 엔지니어드 스톤과 차세대 표면 소재를 앞세워 고부가가치 제품군을 강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장기간 이어지는 경기 침체로 단순 공급 중심의 경쟁은 한계에 봉착했다”며 “고부가가치 제품과 신산업 진출이 건자재 업계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부 장세갑 기자 c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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