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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김현희 기자] 은행권이 석유화학 업계의 사업재편을 지원하기 위한 자율협약을 맺은 가운데 최대 370만톤 규모의 나프타크래킹센터(NCC) 감축을 위한 통폐합에 대한 중재가 조만간 이뤄질 전망이다. 여천NCC 등 출자와 지분관계 등으로 대주주간 신경전이 벌어지는 석화업체에 대해서는 채권단이 금융지원을 전제조건으로 중재에 나선다는 것이다. 채권단은 이르면 다음달 중 중재신청이 들어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30일 은행연합회와 17개 은행, 정책금융기관들과 함께 '산업 구조혁신 지원 금융권 협약식'을 열고 석유화학 사업재편 지원을 위한 채권금융기관 자율협의회 운영협약을 맺었다.
이번 협약은 선제적 사업 재편 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게 채권단의 의견이다. 석유화학산업이 첫 사례로, 정상기업이 부실화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하자는 것이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이같은 협약을 통해 석유화학산업의 NCC 통합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지난달 석유화학 업체간의 통폐합 논의가 시작됐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가시화되지 않음에 따라 금융당국과 채권단이 자율협약을 통해 통폐합을 조속히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롯데케미칼은 HD현대와 NCC 통합방안을, LG화학과 SK지오센트릭 등 다른 석화업체들도 통폐합을 고민 중이다.
특히 발등에 불떨어진 여천NCC는 DL케미칼과 한화솔루션이 지분을 50대 50으로 이뤄진 합작사인데, 이들 대주주가 자금지원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이같은 신경전이 장기화되면 여천NCC의 구조조정 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의견이다. 따라서 자율협약에 따른 금융 지원을 조건으로 내밀며 조속히 중재 신청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이 "채권단이 냉철한 관찰자, 심판자이자 조력자로서 기업의 자구노력과 계획을 엄밀히 평가하고 타당한 재편계획에 대해 적극 지원해주길 요청한다"고 말한 이유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채권단은 이르면 다음달인 10월 중 이같은 중재신청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사업계획과 감축계획 등을 수립하려면 결산시기인 12월 중에 마무리 해야 하는데, 10월 중에 중재신청을 해야 11월 중재안 등을 마련하고 사업계획에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천NCC의 대주주들이 버틸 시간도 얼마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번 자율협약에 따라 기업이 주채권은행에 구조혁신 지원 및 중재를 신청하면 주채권은행은 관련 채권을 보유한 금융권을 대상으로 자율협의회를 소집한다. 외부 공동실사 등으로 감축계획 등 타당성을 점검하고 사업재편 과정에서 필요한 금융지원 방안도 검토한다.
실사를 통해 감축 목표치를 늘려야 한다고 판단되는 기업은 추가 감축계획을 내놔야 한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29일 은행장과의 간담회 이후 가진 백브리핑에서 감축목표치 추가 확대 여부에 대해 "세부적으로 기업별로 구체적으로 상황에 따라 협의해나가야 할 것"이라며 추가 감축 가능성을 시사했다.
금융지원 방안은 현재 금융조건을 유지하는 것이 원칙이다. 만기연장과 이자유예, 이자율 조정과 담보취득 제한 등이 포함될 수 있고 필요시 신규자금 지원도 가능하다.
채권은행들은 만기연장과 금리조정 등에 대한 채권 자산건전성 분류 기준을 명확히 해달라고 금융당국에 요청했고, 금융당국도 대주주의 철저한 자구노력을 전제로 수익성 개선을 하려는 목적이어서 자산건전성 분류를 완화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김현희 기자 ma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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