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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경제는 민주당, 벤처 스타트업 생태계 발전전략과 금융투자 활성화방안’ 세미나에서 박희덕 트랜스링크인베스트먼트 대표가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사진-김동섭 기자 |
30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경제는 민주당, 벤처 스타트업 생태계 발전전략과 금융투자 활성화방안’ 세미나에서 박희덕 트랜스링크인베스트먼트 대표는 “한국 벤처 투자 규모는 세계 4위지만 혁신 순위는 30위권, 벤처캐피털 역량은 40위권에 머물러 있다”며 “양적 팽창만으로는 부족하고 질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현재 제3의 벤처붐을 위해 벤처 4대 강국 실현을 목표로 다양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13조5000억원 규모의 차세대 인공지능(AI) 유니콘 육성 펀드를 조성해 한국 테크 스타트업 기업의 실리콘밸리 진출을 지원하고, 청년 혁신 기업가에게 11조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하며, 창업사관학교를 통해 기업가 정신을 갖춘 청년을 양성하고 있다. 또한 원스톱 케어센터를 구축해 창업부터 성장까지 통합 지원 체계를 마련했다.
하지만 박 대표는 한국과 실리콘밸리의 차이를 투자금융제도로 꼽았다. 그는 “한국은 제조업 중심의 은행 대출 방식으로 성장해왔지만 실리콘밸리는 투자를 통한 성장 모델”이라며 “벤처캐피털이라는 제도 자체에 대한 이해가 다르다”고 지적했다.
중국 사례를 들어 실리콘밸리식 시스템의 효과를 설명했다. 박 대표는 “중국이 2000년대 초반 200개 이상의 기업을 나스닥에 상장시킬 수 있었던 것은 달러 기반 투자 구조, 즉 실리콘밸리식 투자 금융 제도를 허용했기 때문”이라며 “알리바바, 바이두, 텐센트 등이 모두 이 시스템에서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은 2008년 당시 나스닥 상장 스타트업이 1~2개에 불과했고 지금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가 강조한 것은 ‘협력 경제’ 개념이다. 그는 “실리콘밸리는 창업자, 투자자, 임직원이 동등한 관계에서 회사 전체 이익을 위해 협력하지만, 한국은 수직관계가 명확하고 대기업 벤처캐피털은 모기업 이익을 우선시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2008년 같은 기술을 가진 한국 기업과 실리콘밸리 기업에 투자했는데, 3년 후 실리콘밸리 기업은 나스닥 상장이나 인수합병으로 성공했지만 한국 기업은 대기업 협력사로 전락했다”며 ‘생태계와 운동장의 차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제도 개선 방안으로 △벤처캐피털과 기업 간 투자 계약 구조 변화 △출자자와 벤처캐피털 간 출자약정 구조 개선 △정부와 출자자 간 규제 및 평가 체계 변화를 제시했다. 특히 “실리콘밸리는 10군데 투자해도 계약서가 하나지만 한국은 모두 다르다”며 “동의권을 회사 전체 이익을 위해 행사하는 ‘원 컨트랙트’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벤처 투자 활성화를 위해서는 세제 개편도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투자 회수와 재투자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세제 혜택을 확대하고, 기업공개나 인수합병을 기다리지 않고 비상장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세컨더리마켓(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 구축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를 통해 초기 투자자들이 회수한 자금을 다시 벤처 생태계에 재투자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정부 역할에 대해서는 “벤처·스타트업 정책이 중소벤처기업부만의 일이 아니다”며 “기획재정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금융위원회 등을 아우르는 범부처 통합 위원회가 필요하고, 현재 모태펀드, 성장금융, 산업은행이 협업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동섭 기자 subt7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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