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이재현 기자]정부가 위반건축물 근절을 위해 건축 규제와 제도 전반의 손질에 나선다. 정치권에서 위반건축물 양성화 논의가 진행 중인 만큼, 양성화 이후에도 위반건축물이 더는 늘어나지 않도록 예방 장치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위반건축물 발생을 줄이기 위해 일조 및 면적 산정기준 등 일부 건축 규제를 합리화한다. 불법행위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건축물 사후점검제도’와 ‘건축물 성능확인제도’를 도입하고, 위반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매수한 이가 이전 건축주에게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
국토교통부는 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위반건축물 합리적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인 ‘국민 안전 보장을 위한 재난안전관리체계 확립’의 세부 이행계획에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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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반건축물 대표적 사례(제공:국토교통부) |
위반건축물이란 건축법령에 따른 건축ㆍ용도변경 허가 등의 절차 없이 건축물을 건축ㆍ대수선ㆍ용도변경했거나, 일조ㆍ건축선ㆍ구조 등 건축기준을 위반한 건축물을 말한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베란다 확장이나 옥탑 등의 무단 증축이 꼽힌다.
그간 양성화 제도는 1980년, 1981년, 2000년, 2006년, 2014년 등 총 다섯 차례 시행됐다. 마지막인 2014년에는 전국 2만6,924동의 위반건축물이 양성화된 바 있다.
그러나 양성화 이후 10년이 지난 2024년 말 기준 전국에는 약 14만8000동의 위반건축물이 존재한다. 이 중 주거용이 8만3458동(56.5%), 비주거용이 6만4268동(43.5%)이다.
정부는 양성화 이후에도 매년 5000~6000동씩 증가한 배경으로 사후 관리방안이 미흡했던 점을 지적했다. 즉, 양성화는 했지만 재발을 막을 제도적 기반이 부족해 위반이 반복됐다는 판단이다.
이에 정부는 국회에서 논의 중인 ‘특정건축물 정리에 관한 특별조치법’의 신속한 처리를 지원할 방침이다. 현재 국회에는 총 11개의 특별조치법안이 발의돼 있으며, 법안별로 양성화 범위와 기준이 상이하다.
정부는 마지막 양성화 시기인 2014년을 기준으로 소규모 주거용 건축물에 한해 양성화하는 방향을 정치권과 논의할 계획이다.
이상주 국토부 국토도시실장은 “발의된 11개 특별조치법의 양성화 기준이 제각각”이라며 “국회 논의를 거쳐 2014년 기준 약 2만7,000동을 양성화할 수 있도록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오는 11월 이후 국회 법안소위에 특별조치법이 상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후 여야 합의를 거쳐 내년 3월까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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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말 기준 위반건축물 현황(제공:국토교통부) |
이에 맞춰 정부는 양성화 이후 위반건축물이 다시 증가하지 않도록 건축 규제와 관련 제도를 함께 개선하기로 했다.
우선 내년 상반기 중 건축법을 개정해 전용ㆍ일반주거지역의 일조 기준을 조정한다. 또 건축법 시행령 등을 개정해 노후주택의 외부계단ㆍ옥상 등에 설치되는 비가림시설과 다가구ㆍ다세대주택의 보일러실을 층수·면적 산정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불법행위 근절을 위한 제도적 기반도 구축한다. 통상 위반건축물은 사용승인을 받은 뒤 준공한 후 ‘방 쪼개기’ 등 불법행위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이에 정부는 ‘건축물 사후점검제도’를 도입해 준공 6개월 이후 위반 여부를 재확인할 계획이다.
또 중고 자동차 매매 시 첨부하는 ‘성능점검표’와 유사한 ‘건축물 성능확인제도’도 신설한다. 이 제도는 미국ㆍ영국ㆍ일본 등에서 운영 중이다.
매매ㆍ임대차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계약 시 건축물대장의 위반 사항 확인을 강화한다. 위반 사실을 알지 못하고 매수한 경우, 매수인이 이전 건축주에게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한다.
아울러 계약 체결일 이전에 발생한 위반사항이 추후 발견되면 매도인에게 원상복구 책임을 부여하는 특약을 권고하고, 일반인이 위반건축물 여부를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민간 부동산 플랫폼에 ‘위반건축물’ 표기를 추진하는 방안도 논의할 방침이다.
이밖에 건축설계와 시공 과정에서 위반 행위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도록 ‘설계ㆍ감리 점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위반 행위를 즉각 확인할 수 있는 항공사진 변화 AI 분석시스템을 2027년까지 연구개발해 도입한다.
이재현 기자 l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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