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온 가속화 도입해야” VS “과학적 근거 필요”
![]() |
지난달 30일 충북 음성군 국가기술표준원 중강당에서 ‘단열재 장기 열저항 시험법 설명회 및 간담회’가 열렸다. /사진: 독자 제공 |
[대한경제=서용원 기자]국가기술표준원의 단열재 장기 열저항 시험법 개정을 두고 업계가 둘로 갈라졌다. PF(페놀폼)ㆍ우레탄 업계는 현행 슬라이싱법에 고온가속화법을 추가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EPS(발포플라스틱)ㆍXPS(폴리스티렌) 업계는 슬라이싱법만으로 문제 없다고 강변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국표원은 최근 ‘단열재 장기 열저항 시험법 설명회 및 간담회’를 열었다. 지난 7월 국표원 단열재 전문위원회가 시험법 개정을 의결한 데 따른 후속 조치로, 업계 의견을 수렴하고자 열린 자리였다. 국표원이 시험법 개정을 놓고 업계 관계자를 모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쟁점은 고온가속화법을 시험법으로 추가할지 여부다. 고온 가속화법은 단열재를 70℃ 혹은 110℃에서 2주간 건조해 성능을 평가하는 방법으로, 유럽표준(EN)에서 활용하고 있다.
현행 시험법은 슬라이싱법만 인정한다. 단열재를 10㎜ 두께로 잘라낸 후 약 23℃ 조건에서 일정 기간 보관해 장기 성능값을 도출하는 방법이다.
업계 갈등은 올해 통합 KS(KS M ISO 4898)가 출범하면서 기존 XPS 등에만 적용하던 슬라이싱법을 다른 단열재 시험법으로 확대하면서 불거졌다. 이전까지 PF, 우레탄은 장기 열저항값을 측정하지 않았다.
PFㆍ우레탄 업계는 물성상 슬라이싱법이 맞지 않다면서 고온가속화법 도입을 줄곧 주장해왔다. PFㆍ우레탄 보드는 내부기포로 단열성능을 확보하는데, 슬라이싱할 경우 기포가 깨져 성능을 떨어뜨린다는 이유에서다. PFㆍ우레탄 업계 관계자는 “국제표준(ISO)에서도 슬라이싱법은 표면처리가 없는 단열재(XPS 등)에 한정해 적용하고 있다. PFㆍ우레탄처럼 표면처리한 제품의 성능을 정확히 측정하려면 고온가속화법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EPSㆍXPS 업계는 고온가속화법 도입 시 혼란이 야기될 것이라며 현행 유지를 고집하고 있다. EPSㆍXPS 업계 관계자는 “유기단열재 장기 열저항 시험법을 통일한 통합 KS가 출범한 지 1년도 안 됐는데, 새로운 시험법을 추가하는 것은 업계 내 혼란만 일으킬 뿐”이라며 “심지어 고온 가속화는 과학적 근거도 부족하다. 좀더 시간을 갖고 평가해 본 뒤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추후에 추가 도입을 검토해도 늦지 않다”고 강조했다.
갈등의 이면에는 시장논리가 자리한다. 현행 슬라이싱법에 유리한 EPSㆍXPS 업계 입장에서는 고온 가속화법이 추가 도입될 경우 어느 정도 시장의 파이를 내줄 수밖에 없다.
제3자인 전문가들은 고온가속화법 추가 도입을 옹호하는 모양새다. 간담회에 참석한 김준태 공주대 교수(국표원 단열재 전문가위원장)는 “ISO 4898은 1999년에 만들어진 것인데, 이를 토대로 통합 KS를 만들다 보니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서 “유럽 등 주요국에서 고온가속화법을 사용하는 만큼 국내에도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2026년 ‘건축물의 에너지절약 설계기준’에 단열재 장기 열저항값을 반영할 계획이다. 국표원은 기술심의위원회를 통해 KS 개정을 확정할 예정이다.
서용원 기자 anton@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