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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환율정책 합의 “환율조작국 우려 덜었다”…이제는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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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10-02 09:04:24   폰트크기 변경      

사진=대한경제 DB.

[대한경제=김봉정 기자] 한국과 미국 재무당국이 자국 통화가치를 경쟁적으로 조정하지 않겠다는 환율정책의 기본원칙을 재확인했다. 합의문에는 시장 안정 관련 문구가 새로 포함됐고, 환율조작국 지정에 따른 부담이 완화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번 환율합의가 한미간 통화스와프로 이어질지 여부에 대해서는 신중론과 긍정론이 혼재된 가운데 일단 원달러환율이 더 이상 상승하지 않고 안정적인 흐름을 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었다.

◇ 국민연금 외환스와프 부담 덜어

1일 기획재정부와 미국 재무부는 외환시장 개입에 대해 환율이 과도하게 불안할 때만 고려하고 무역 경쟁을 위한 통화 가치 조작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환율정책 합의문을 발표했다. 한미간 환율정책은 지난 4월 미국 측의 요청으로 '2+2' 통상협의 의제에 포함됐지만 관세 협상과 구분해 재무 당국 간 고위·실무급 협의에서 논의돼왔다.

우리나라 수출이 호조세를 나타내면 원화 수요가 늘어 원화가치가 오르고 수출가격이 상승해 무역수지가 나빠진다. 원화 수요가 줄어들면 원화 가치도 떨어진다. 이처럼 무역수지가 적자 또는 흑자의 극단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변동환율제의 특징 중 하나다. 국제수지의 조정 효과를 방해할 수 있는 인위적인 통화가치 조작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게 이번 한미 당국간 합의의 취지다.

구체적으로는 '거시건전성 또는 자본 이동과 관련한 조치'도 '경쟁적 목적의 환율'을 목표로 하지 않아야 한다고 명시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처럼 단기 투자 목적의 '핫머니'가 대거 빠져나가면서 가중되는 시장혼란을 막기 위해 당국이 개입하는 것은 용인되지만, 상대국에 물건을 싸게 팔기 위한 목적으로 환율 변동을 유도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국민연금 등 정부투자기관의 해외투자도 위험 조정이나 투자 다변화 목적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고 명시했다. 당초 합의문 초안에는 외환스와프 관련 언급이 포함돼있었지만 우리 측 요구로 제외됐다. 미국 측은 지난 6월 환율보고서에서 외환당국이 국민연금과 650억달러 규모의 외환스와프 계약을 맺고 있는 것도 시장개입이라고 지목하기도 했다. 국민연금 외환스와프도 환율의 과도한 변동성이나 무질서한 움직임에 대응할 때만 적용하라는 것이다.

한미 당국은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투명성도 강화하기로 했다. 한국 정부는 현재 분기별로 공개되는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미국 재무부에 매월 제공하되 대외비를 전제로 했다. 외부에도 공개하기로 한 일본과 달리 한국은 경제 규모가 작아 환투기 세력에 노출될 우려가 적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외환보유액 중 미국 달러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를 나타내는 통화 구성 정보도 연 1회 공개하기로 했다.

우리 정부는 이번 합의로 환율조작국 지정 우려를 덜었다는 평가다. 미국은 지난 2015년 제정한 무역촉진법에 따라 자국과의 교역 규모가 큰 상위 20개국의 거시경제와 환율 정책을 평가하고 일정 기준에 해당할 경우 환율조작국 내지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하고 있다.

◇ 한미간 통화스와프 가능성은

이번 합의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미간 통화스와프 가능성을 두고 엇갈린 반응을 내놓고 있다.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들은 3500억달러의 대미투자가 진행되면 그만큼 원달러환율이 급등, 즉 강달러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한미간 통화스와프가 필요한 만큼 이번 합의가 지렛대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비치고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달러 강세가 완화되면 미국의 관세 효과가 배가되는 만큼 환율 안정 의도가 깔린 것”이라며 “플라자 합의 이후 엔화 절상 사례처럼 환율과 관세는 맞물려 움직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외환보유액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한 번에 3500억달러를 감당할 수 없다”며 “년 200억~300억달러 수준이 현실적이지만, 이번 합의를 계기로 투명성을 확보하면 통화스와프 요구의 명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미간 통화스와프는 별개의 이야기라고 보는 신중론은 달러상승을 제어하는 장치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합의와 통화스와프는 무관하다”며 “환율이 현 수준에서 더 오르지 않도록 막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했다.

원달러 환율 전망에 대해서는 이번 합의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데다, 국내 외환시장이 안정적이라는 시그널을 보내기에 약소하다는 평가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환율 관찰 대상국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시장에 직접적 영향을 줄 합의는 아니다”며 “원화 약세 국면에서는 개입 정보 공개가 큰 논란이 되지 않고, 일본 사례처럼 시장 반응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봉정 기자 space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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