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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샘 올트먼 오픈AI 대표와 글로벌 AI 핵심 인프라 구축을 위한 상호 협력 LOI(의향서) 체결식에서 악수하는 모습. 삼성은 오픈AI의 전략적 파트너사로서 반도체,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해양 기술 등 각사의 핵심 역량을 결집시켜 전방위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사진:삼성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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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은 최태원 회장(오른쪽)과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등 양사 경영진들이 1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만나 메모리 공급 의향서(Memory Supply LOI)와 서남권 AI DC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사진:SK그룹 |
삼성전자, 오픈AI의 폭발적 D램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협력
최태원 회장ㆍ샘 올트먼 CEO 1일 서남권 AI DC 설립 양해각서 체결
[대한경제=심화영 기자] “AI의 확산은 반도체 없이는 불가능하다.”
1일 저녁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의 만남에서 이 발언이 나온 배경에는 한국 반도체의 전략적 위상이 자리하고 있다. 이날 올트먼 CEO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연이어 만나며, 초대형 AI 인프라 프로젝트 ‘스타게이트(Stargate)’를 중심으로 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글로벌 AI 확산 경쟁에서 한국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기술이 본격적으로 편입되는 순간이다.
스타게이트는 오픈AI가 오라클ㆍ소프트뱅크ㆍUAE MGX(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정부가 설립한 국영 AI 및 첨단기술 투자회사)와 함께 추진하는 4년간 4000억~5000억달러(약 700조원) 규모의 초거대 데이터센터 구축 프로젝트다. 미국 텍사스에서 이미 1단계 공사가 시작됐고, 완공 시 총 20개 이상의 센터에 200만개 GPU, 5GW급 전력을 투입하는 ‘AI 슈퍼인프라’가 된다.
수십만 개 GPU를 연결하는 데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광패키징(CPO), 인피니밴드 같은 차세대 네트워크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 시장에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각각 HBM 1위, 종합 반도체 선두 기업으로 꼽힌다.
SK하이닉스는 이미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며 엔비디아 등 주요 AI 칩 메이커의 핵심 공급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1일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만나 메모리 공급 의향서(LOI)와 서남권 AI 데이터센터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번 협력으로 SK하이닉스는 월 최대 90만장 규모의 HBM(고대역폭메모리) 공급 파트너로, SK텔레콤은 ‘한국형 스타게이트’로 불릴 서남권 AI 전용 데이터센터 공동 구축 파트너로 참여한다.
SK는 반도체부터 통신ㆍ데이터센터까지 아우르는 통합 역량을 기반으로 글로벌 AI 인프라 혁신을 이끌고, 미국과의 ‘AI 경제동맹’ 강화 및 한국의 AI 3대 강국 도약에 기여한다는 구상이다.
삼성의 행보는 더 전방위적이다. 반도체 핵심인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삼성SDS, 삼성물산, 삼성중공업까지 참여해 오픈AI와 의향서(LOI)를 맺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ㆍ시스템반도체ㆍ파운드리 삼박자를 갖춘 유일한 종합 반도체 기업으로, 오픈AI가 필요로 하는 대규모 AI D램과 패키징, 칩 설계까지 아우르는 공급망을 제공할 수 있다. 웨이퍼 기준 월 90만장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오픈AI의 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
삼성SDS는 스타게이트 데이터센터 설계ㆍ구축ㆍ운영에 직접 참여한다. 기업용 AI 서비스 리셀러 파트너십까지 확보해 국내 기업이 ‘ChatGPT 엔터프라이즈’를 도입할 수 있도록 중간 다리 역할을 맡는다. 삼성물산과 삼성중공업은 ‘플로팅 데이터센터(Floating Data Center)’ 공동개발을 논의 중이다. 해상에 설치되는 플로팅 센터는 냉각ㆍ전력 효율성에서 차세대 모델로 꼽히며,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건설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
즉, 삼성은 반도체에서 건설ㆍ운영ㆍ서비스까지 ‘AI 데이터센터 풀 패키지’를 오픈AI에 제안할 수 있는 전방위 파트너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협력은 단순히 삼성ㆍSK 두 그룹의 사업 기회 확대를 넘어선다는 분석이다. 오픈AI라는 글로벌 1위 AI 기업이 한국 반도체와 손잡고 초거대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것은 곧 한국이 ‘AI 하드웨어 허브’로 부상할 수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정부도 과기정통부–오픈AI 간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국내 AI 생태계 육성, 스타트업 지원, 지역 AI 기반산업 확대를 약속했다.
AI 데이터센터는 전력ㆍ반도체ㆍ네트워크ㆍ운영 기술이 모두 결합해야 가능한 국가 단위 전략 사업이다. 엔비디아가 GPU를 공급하고, 한국의 삼성ㆍSK가 메모리와 인프라를 제공하는 구조가 정착된다면, 한국은 미국과 함께 글로벌 AI 3강 구도의 핵심 축으로 자리매김하는 AI 인프라 게임체인저로 부상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AI확산은 반도체 없이는 불가능하고, 반도체는 삼성과 SK가 글로벌 시장의 큰 축을 담당하는 만큼, 세 기업이 체결한 스타게이트 HBM 공급 파트너십 LOI는 글로벌 시장을 이끌 상생의 파트너십”이라며 “삼성과 SK가 오픈AI와 함께 글로벌 AI확산의 핵심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심화영 기자 dorot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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