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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화문 외교부 청사 |
[대한경제=강성규 기자] 미국 정부가 ‘조지아 집단 구금사태’ 이후 이슈로 부상한 비자 문제에 대해 ‘B-1(단기상용)’ 비자로도 미 현지에서 경제 활동이 가능하며, 전자여행허가제(ESTA) 또한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상용방문 및 비자 워킹그룹’ 출범을 겸한 1차 회의에서 이 같이 확인했다고 1일 전했다.
미국 측이 규정한 ‘가능선’은 ‘대미 투자 과정에서 수반되는 해외 구매에 대한 장비 설치, 점검, 보수’ 활동이다.
외교부는 “한미 양국은 미국의 경제ㆍ제조업 부흥에 기여하는 우리 기업들의 안정적인 대미 투자를 위해서는 원활한 인적교류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조치가 필수적이라는 인식을 공유했다”고 밝혔다.
크리스토퍼 랜다우 미 국무부 부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한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 이행을 위한 인력들의 입국을 환영한다”며 “향후 우리 대미 투자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했다.
미국 정부의 확인에 따라 조지아 구금 사태 이후 촉발된 우리 기업들의 불확실성 우려가 해소됐다는 평이다.
조지아 사태 당시 체포된 300여명의 한국인 근로자 대다수는 ESTA나 B-1 또는 관광 비자인 B-2를 소지하고 근무 중이었다. 이는 미국의 까다로운 비자 절차를 우회하기 위해 한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관례’처럼 통용돼왔지만 트럼프 2기 정부에서 강력하게 추진 중인 ‘반이민정책’ 등의 영향으로 이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규정 해석뿐 아니라 재발 방지를 위한 장치도 마련했다.
양국은 구금사태 재발방지와 국내 기업의 비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담 소통창구, 이른바 ‘코리안 인베스터 데스크’ 설치에도 합의했다. 미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관세국경보호청(CBP) 등 이민법 집행기관과 우리 공관과의 협력체계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는 우리 정부의 요청을 미 정부가 수용한 것으로, 구금 사태 등 논란과 ‘오해’가 재발되지 않도록 사전에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B-1 등 비자로 활동이 가능하다고 규정한 ‘해외 구매 장비 설치ㆍ점검ㆍ보수’ 활동의 구체적 기준도 추후 ‘팩트시트’를 통해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우리 정부가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던 한국인을 위한 전문직 쿼터 할당 등 근본적인 제도 개선에 대한 확약은 없어 ‘봉합’ 수준에 머무를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한 모습이다.
이날 회의에서도 별도 비자 쿼터 신설 필요성 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차원에 그쳤으며, 미국 측은 한국 기업을 위한 비자 카테고리 신설 등 구체적 내용에 대해선 여전히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입법 과제인 만큼 미 국회의 협조 등 ‘현실적 제약’을 문제 삼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이재명 대통령이 22일 미국 뉴욕 순방 당시 미 상ㆍ하원 의원단과 만나 이른바 ‘한국동반자법’ 처리를 주문한 바 있어 주목된다.
한국동반자법은 한국 국적의 전문직 종사자에게 연간 최대 1만5000개의 전문직 취업비자(E-4)를 제공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 기업의 현지 진출과 양국 경제ㆍ안보 협력 강화를 위해 제정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2012년 처음 발의된 이래 10여년 간 표류 중이다.
당시 의원들은 양국 간 원활한 인적 교류를 위한 비자 제도 개선 필요성에 공감하며, 양국의 노력이 한국 동반자법 통과에 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구금 사태의 피해자인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차그룹 등 우리 기업들은 이번 양측의 논의 결과를 환영하며 미 현지 ‘사업 정상화’에 본격 착수하는 모습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입장문을 통해 “정부의 신속한 지원에 감사하며, 이번 양국 간 합의한 바에 따라 미국 내 공장 건설 및 운영 정상화를 위해 철저하게 준비하고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 관계자는 “발표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가이드라인을 정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강성규 기자 gg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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