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김호윤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월 1일(현지시각)부터 시행하겠다고 공언했던 수입의약품에 대한 100% 관세 부과를 전격 보류했다. 앞선 화이자의 사례처럼 글로벌 제약사와의 추가 협상을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2일 폴리티코, 힐 등 미국 정치전문매체 등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의약품 관세 부과 계획을 일시 중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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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투자이민 프로그램 ‘트럼프 골드 카드’를 발표하는 가운데 주무 부처인 상무부의 하워드 러트닉(왼쪽) 장관이 지켜보고 있다./사진:EPA=연합뉴스 |
백악관 관계자는 이번 관세 보류에 대해 “화이자와의 대규모 투자 합의처럼 다른 제약사들과의 추가 협상을 우선 추진하기 위해 관세 집행을 미뤘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30일(현지시각) 화이자는 트럼프 행정부와 합의를 통해 향후 몇 년간 미국의 연구개발 및 자본 프로젝트에 700억 달러(약 98조원)를 추가로 투자하고 트럼프 행정부가 새롭게 선보인 ‘TrumpRx.gov’라는 의약품 직접구매 플랫폼에 참여해 낮은 가격에 의약품을 공급하기로 했다. 그 대가로 화이자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의약품 관세 부과 대상에서 3년간 면제받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다른 제약사와의 계약 모델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화이자 사례를 들며 “다른 제약사들이 따를 모델”이라고 언급하며, “다음 주에도 유사한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협상에 참여하지 않는 기업에는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메시지를 냈다.
이는 협상에 응하는 기업에게는 혜택을, 그렇지 않은 기업에게는 관세라는 압박을 가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31일 노바티스, 로슈 등 17개 글로벌 제약사에 약값 인하를 압박하며 관세 부과 가능성을 경고했다.
업계는 이번 조치로 당장 관세 충격은 피했지만 불확실성이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아직 공식 행정명령이나 포고문으로 확정된 바 없고 연방정부 셧다운이 관세 행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정부는 의회가 예산안 합의에 실패하면서 지난 1일부터 셧다운을 선언했다.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는 “미국의 수입의약품에 대한 관세 부과 시기가 10월 1일에서 연기됐지만, 행정명령 또는 포고문 등을 통한 공식적인 의약품 관세부과는 아직 없는 상황이라 언제 시작될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게 없다”면서 “셧다운이 관세 부과를 시행하는데 필요한 행정 인력과 업무에 얼마나 영향을 줄지도 불분명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당분간 트럼프 행정부는 화이자와 맺은 계약과 같이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협상을 통해 브랜드의약품 약가인하(최혜국 약가인하)와 미국 내 의약품 제조시설 투자 확대를 이끌어내는데 집중하면서 관세 부과시기를 조율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번 트럼프 행정부의 ‘선택적 관세 정책’이 제약업계에 어떤 파장을 가져올지, 그리고 화이자에 이어 어떤 제약사가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호윤 기자 khy2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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