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헤더윅 ‘휴머나이즈 월’
동국씨엠 컬러강판 럭스틸 활용
강판 표면에 이미지 직접 새기고
디지털프린팅으로 선명하게 표현
정밀가공ㆍ절곡…곡선 완벽 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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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머나이즈월. /사진: 동국제강그룹 제공 |
[대한경제=서용원 기자]“강판에 색과 글자를 넣고, 질감과 감각을 넣는다는 것은 생각조차 못했다.”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토마스 헤더윅의 말 한마디는 한국 철강기술의 놀라움을 고스란히 담았다.
9일 서울 종로구 열린송현녹지광장. 이곳을 찾은 방문객들은 광장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구조물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그곳에는 4160㎡(높이 16mㆍ폭 90m) 규모로, 가로 750ㆍ세로 2400㎜, 두께 1T(㎜)의 철제 패널 1428개를 붙여 만든 ‘휴머나이즈 월(Humanise Wall)’이 있다. 각 패널에는 국내ㆍ외 예술가들이 디자인한 ‘서울’의 모습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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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머나이즈 월. /사진: 서용원기자 anton@ |
토마스 헤더윅이 제작한 휴머나이즈 월은 건축물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직사각형의 중심부를 비틀어 눕힌 형태로, 중심부는 마치 파도가 출렁이는 모습을 연상케 했다. 이 작품은 제5회 서울건축비엔날레의 메인 설치물이다.
주목할 점은 서울 한복판에 들어선 16m 높이의 철제 파도, 그 안에 담긴 혁신이다. 일반적으로 철판에 이미지를 넣으려면 페인트를 칠하거나 천을 덮는 방식을 사용한다. 이번 작품도 처음에는 최초 강판 위에 현수막 같은 천을 씌울 계획이었다. 문제는 내구성이었다. 천은 장시간 외부에 노출되면 바람에 찢어지거나, 빛에 바래 색감 자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민을 해결한 곳은 동국씨엠이다. 동국씨엠은 프리미엄 컬러강판 ‘럭스틸’을 후원하면서 철판 자체에 직접 이미지를 새겼고, 지금의 모습이 완성됐다. ‘천’을 ‘철’로 바꾼 계기였다.
동국씨엠 관계자는 “디자인 구상부터 완공까지 총 6개월이 걸렸지만, 1428개 강판 생산은 하루 만에 끝났다”며 “헤더윅은 도시의 지루함을 없애는 건축물을 만들고자 하는 철학을 갖고 있는데, 이를 동국씨엠이 가능하게 했다”고 말했다.
기술 혁신 중심에는 동국씨엠이 최초 개발한 ‘디지털프린팅’이 있다. 디지털프린팅은 강판 표면에 사진과 같은 이미지를 100% 그대로 표현하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어떤 모양이나 그림이든 컬러강판 위에 선명하게 표현할 수 있다. 실제 휴머나이즈 월에는 디자이너들의 작품이 그대로 새겨져 있었으며, ‘우리가 마주하는 건물은 무뎌진 마음을 끌어올려 우리에게 미소를 선물해 줄 수 있습니다.’등과 같은 토마스 헤더윅의 건축 철학이 담긴 문구를 비롯해 손바닥 크기의 글씨들이 이미지 손실없이 구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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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머나이즈 월. /사진: 서용원기자 anton@ |
또 하나의 기술 혁신은 곡선의 구현이다. 동국씨엠만의 가공기술은 컬러강판의 정밀 가공 및 절곡을 가능하게 한다. 이를 통해 상ㆍ하부 꼭짓점 높낮이에 변화를 줘 곡선을 표현했다. 특히 작품이 장시간 외기에 노출되는 만큼, 최대 30년간 녹슬지 않는 럭스틸의 내부식성이 작품의 생명을 연장했다는 평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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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옆에서 바라본 휴머나이즈 월. /사진: 서용원기자 anton@ |
토마스 헤더윅은 “처음 조형물 아이디어를 접했을 때 실현 가능성에 대한 걱정이 있었지만, 동국씨엠의 기술력과 세심한 지원을 직접 보고 가능성을 확신하게 됐다”며 “수명이 30년이나 되는 강판에 이미지를 넣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고 감탄했다. 토마스 헤더윅은 현재 다른 건축물에 럭스틸을 활용하고자 동국씨엠 측과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세욱 동국제강그룹 부회장은 “럭스틸은 헤더윅의 구상을 120% 현실화할 수 있는 자재”라며 “이번 프로젝트는 동국씨엠이 제품 이상의 가치를 지향하며 문화 발전에 이바지하는 사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철강 기술이 예술과 만나 만들어낸 16m 높이의 휴머나이즈 월은 11월18일까지 서울 한복판에서 시민들을 맞이한다.
서용원 기자 an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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