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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임에 인감 안준 입주자 前대표… 대법 “업무방해죄 처벌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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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10-09 10:08:53   폰트크기 변경      

1ㆍ2심 ‘위력’ 인정해 벌금형 선고
대법 “적극 방해 행위 아냐”… 파기환송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의 전임 회장이 새로 뽑힌 회장에게 인감도장이나 사업자등록증 원본 등을 넘겨주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는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단순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부작위나 소극적 행위만으로는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인 ‘위력’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서초동 대법원 청사/ 사진: 대법원 제공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

경기 남양주시의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었던 A씨는 2021년 4월 B씨가 새 회장으로 선출됐는데도 은행거래용 인감도장 인도를 거부하고 사업자등록증 원본 반환 요구를 거부하는 등 위력으로 B씨의 회장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 과정에서는 A씨의 행위가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인 ‘위력’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A씨는 “B씨의 회장 지위에 다툼이 있었고, 회장 선출도 임기 시작 불과 이틀 전에 이뤄져 업무인수인계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었다”며 업무방해의 고의도, 위력으로 B씨의 회장 업무를 방해한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다.


B씨의 회장 지위 문제가 해소되거나 업무인수인계 준비절차 등을 마칠 때까지 법적 책임에 대비하기 위해 인감 등을 임시로 보관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었다.

1ㆍ2심은 A씨의 혐의를 유죄로 보고 벌금형을 선고했다. A씨가 B씨에게 인감 등을 반환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 이를 거부해 B씨 회장 업무를 방해했을 뿐만 아니라, 업무방해 의사도 충분히 인정된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부작위나 그에 준하는 소극적 행위가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하려면 그 행위가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정도로 피해자의 업무에 대한 적극적인 방해 행위와 동등한 형법적 가치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A씨는 B씨의 회장 지위에 다툼이 있는 상황에서 단순히 자신이 보관하고 있던 인감 등의 인도를 거절하거나 반환하지 않은 것에 불과하다”며 “인감 등을 사용해 회장 행세를 하는 등 B씨의 회장 업무 수행을 적극적으로 방해하는 행위를 했다는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가 B씨에게 단순히 인감 등의 인도를 거절하거나 반환하지 않은 행위가 위력으로써 B씨의 회장 업무를 방해하는 적극적인 방해 행위와 동등한 형법적 가치를 가진다고 볼 수 없다”며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으로서 업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됐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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