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中 여객 13만명…30%↑
명동ㆍ홍대ㆍ성수 ‘K소비’ 특수 실감
가짜뉴스ㆍ반중 시위…“당국 관리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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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 흥례문 앞이 한복 차림의 중국인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추석 연휴와 중국 국경절이 겹치면서 서울 도심 주요 관광지마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몰려 활기를 띠었다. / 사진 : 안윤수 기자 |
[대한경제=박호수 기자] “추석 명절에 서울이 이렇게 붐비는 건 처음 봐요. 한국 사람들도 안 입는 한복을 외국인들이 입고 돌아다니니, 내가 외국에 온 기분이에요.”
대구에서 손녀를 만나러 서울에 올라온 김정애(79)씨는 8일 오후 경복궁 흥례문 앞을 가득 메운 인파를 바라보며 감탄했다. 초가을 햇살이 쏟아지는 돌바닥 위로 한복 차림의 외국인 관광객들이 줄지어 사진을 찍었고, 오후 2시 ‘수문장 교대 의식’을 보기 위해 몰린 인파가 광장을 빼곡히 메웠다.
서울 도심은 이번 추석 연휴 내내 ‘역(逆)명절 현상’을 보였다. 귀성길과 해외로 빠져나간 한국인 대신, 외국인 관광객이 빈자리를 채운 것이다. 특히 중국의 국경절(10월 1~8일)과 중추절이 겹친 ‘황금연휴’ 덕분에 경복궁ㆍ명동ㆍ홍대ㆍ성수 등 주요 상권은 연휴 내내 ‘유커(遊客) 특수’를 누렸다. 광화문 일대 식당과 카페 곳곳에서는 중국어 대화가 끊이지 않았다.
성수동에서 의류 매장을 운영하는 40대 점주는 “추석 때는 쉬려고 했는데, 중국 손님이 많을 거라며 문을 열었다”며 “연휴 기간 손님의 80% 이상이 중국인이었다”고 말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국경절 연휴 기간(10월 1~8일) 인천공항으로 들어온 중국발 여객은 13만466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5% 늘었다. 하루 평균 입국객만 1만6800여명으로 코로나19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관광공사 집계로도 올 1~8월 중국인 방한객은 373만여명으로 전체 외국인 관광객의 30.2%를 차지했다. 지난 8월 한 달에만 60만5000명이 한국을 찾았는데, 이는 올해 1월(36만4000명)보다 1.7배,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8월(57만8000명)을 웃도는 수준이다.
특히 이번 추석 ‘중국 특수’에는 정부의 단체관광 무비자 조치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정부는 지난 9월 29일부터 내년 6월 30일까지 3인 이상 중국 단체 관광객의 무비자 입국을 한시 허용했다. 최소 5영업일 걸리던 비자 발급 절차 없이 최대 15일간 체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약 100만명의 중국인 관광객이 추가 입국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로 인해 관광수입이 약 2조5600억원 늘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08%포인트 오를 것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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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 앞이 외국인 관광객 등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국가유산청은 연휴 기간(4~9일) 경복궁ㆍ창덕궁ㆍ덕수궁ㆍ창경궁 등 4대 궁과 종묘, 조선왕릉을 무료 개방했다. / 사진 : 안윤수 기자 |
서울 주요 상권은 이미 활기를 되찾았다. 명동 거리의 화장품 매장에는 ‘알리페이 결제 환영’ 문구가 붙었고, 매장마다 중국인 아르바이트가 계산을 도맡는다. 대형 백화점들은 K뷰티ㆍK푸드 상품을 전면 배치하고, 중국인 고객 대상 사은품 증정행사를 벌이고 있다.
다만 무비자 확대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불법체류나 무단이탈 위험이 커질 수 있고, 이를 과장하거나 왜곡한 허위정보가 온라인에서 확산될 가능성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범죄자도 무비자로 쉽게 들어온다”는 식의 가짜뉴스가 퍼지자, 법무부는 “단체 무비자 입국자도 여권ㆍ신원ㆍ입국 목적에 대한 엄격한 심사를 거친다”고 해명했다.
최근 명동과 여의도 일대에서는 보수단체 주도의 반중(反中) 시위가 이어지자, 주한 중국대사관은 “재한 중국인의 신변 안전을 보장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현재 문화체육관광부는 경찰청과 협력해 상황반을 운영하며 동향을 주시 중이다.
정란수 한양대 관광학부 겸임교수는 “이번 무비자 조치는 한중 교류 회복의 긍정적 신호로 볼 수 있다”며 “관광객이 늘어난 만큼 세심한 관리와 응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일부 혐중 시위 영상이 틱톡 등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면서 오해가 커질 수 있는 만큼, 허위정보 대응과 안전 관리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2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관광은 새로운 수출”이라며 “관광객을 혐오와 증오의 시선이 아닌 환영의 마음으로 맞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호수 기자 lake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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