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지분 ‘특유재산’ 인정 여부
1ㆍ2심 판단 엇갈려 최대 쟁점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이른바 ‘세기의 이혼’으로 불리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이 조만간 나올 것으로 보인다.
1ㆍ2심의 위자료와 재산분할 금액 판단이 크게 엇갈린데다, 국내 재계 서열 2위인 SK그룹의 지배 구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는 만큼 법조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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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사진: 연합뉴스 |
9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대법원은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상고심 사건에 대해 연내 선고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을 맡고 있는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지난해 8월 사건 배당 이후 1년 2개월 가까이 심리를 이어오고 있다.
특히 대법원은 지난달 이 사건을 ‘전원합의체 보고 사건’으로 올려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이 함께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1ㆍ2심의 판단이 크게 엇갈렸을 뿐만 아니라, 풀어야 할 쟁점도 많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 사건은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정식으로 회부되지는 않은 상태다.
대법원은 통상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된 소부에서 사건을 처리하지만, 의견이 엇갈리는 사건이나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거나 판례 변경이 필요한 사건은 대법관 회의를 통해 전원합의체로 넘긴다.
앞서 지난해 5월 2심은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원과 함께 재산분할로 현금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위자료 1억원에 재산분할 금액 665억원을 지급하라는 1심 판결에 비해 20배 넘게 늘어났다.
게다가 통상 이혼 사건에서 이혼에 책임이 있는 배우자가 상대방에게 줘야 하는 정신적 손해배상금인 위자료가 1억원이 넘는 경우는 극히 드물어 더욱 주목받았다.
최대 쟁점은 최 회장이 갖고 있는 SK 지분을 ‘특유재산’으로 인정할지 여부다. 현행법상 부부 중 한쪽이 상속이나 증여로 취득한 재산은 특유재산으로, 원칙적으로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1ㆍ2심의 판단은 엇갈렸다.
노 관장은 이혼 소송을 내면서 최 회장의 SK 주식 중 50%를 달라고 요구했는데, 1심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 관장이 SK 주식의 형성과 유지, 가치 상승 등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다고 보기 어려워 이를 ‘특유재산’으로 보고 재산 분할 대상에서 제외했다”는 게 1심의 판단이었다.
하지만 2심은 최 회장이 SK 지분을 얻는 과정에 노 관장의 부친인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이 선경(SK의 전신)에 제공한 비자금이 흘러들어간 만큼, 주식 형성에 부부의 공동 기여가 있다고 판단했다. 노 관장 측이 SK의 성장에 무형적인 기여를 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유입 여부도 따져봐야 할 부분으로 꼽힌다.
2심은 노 관장의 모친인 김옥숙 여사가 20년 전 남긴 ‘선경 300억’이 적힌 메모지를 비롯해 SK가 발행한 약속어음 사진 등을 근거로 비자금 300억원이 SK에 유입됐다는 노 관장 측의 주장을 받아들인 상태다.
반면 최 회장 측은 “비자금의 존재는 확인된 바 없으며, SK 성장과 재산 형성에 기여한 바도 없다”는 입장이다.
2심 판결대로 확정된다면 최 회장이 재산분할 금액을 마련하기 위해 주식을 매각하는 등 SK의 지배 구조가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심의 ‘주식가치 산정’ 실수도 쟁점 중 하나다.
앞서 2심은 대한텔레콤(SK C&C의 전신)의 주식가액을 1998년 5월 기준 주당 100원으로 계산했다가, 판결 직후 최 회장 측의 항의에 주당 1000원으로 정정했지만 재산분할 금액까지 고치진 않았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은 노 전 대통령 취임 첫해인 1988년 청와대에서 결혼해 부부의 연을 맺었다.
그러나 결혼 27년 만인 2015년 최 회장은 ‘혼외 자녀가 있다’는 사실을 공개하면서 노 관장과 이혼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2017년 7월 최 회장은 법원에 이혼 조정을 신청했지만, 노 관장과 합의에 이르지 못해 소송까지 번졌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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