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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하나의 정비구역에 재개발사업을 추진하려는 추진위원회(재개발 추진위원회)와 도시정비사업을 추진하려는 지주협의회가 재개발사업을 시행하는 방식 등에 관하여 대립하고 있었다. 재개발 추진위원회가 창립총회를 개최하려고 하자, 지주협의회는 창립총회의 개최를 방해하기 위하여 ‘재개발 추진위원회의 구성에 관한 행정소송이 진행 중이고, 검찰에 진정서를 접수하였으니 그 일들이 법적으로 해결될 때까지 창립총회에 참석하지 말라’는 취지의 현수막을 게시하였고, 재개발 추진위원회의 추진위원장은 위 현수막을 직접 떼어내었다. 이때 재개발 추진위원회의 추진위원장이 지주협의회가 게시한 현수막을 훼손한 행위는 업무방해죄에 해당할까?
A: 결론적으로 대법원은 재개발 추진위원회의 추진위원장에게 업무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①우선, 지주협의회의 회장은 사업의 진행에 관한 지주협의회의 입장을 지주들에게 알리기 위해 현수막을 게시했다고 주장하였으나, 현수막에 게재된 글은 지주협의회의 구성이나 운영, 도시환경정비사업 추진계획 등 지주협의회의 본래의 업무를 지주들에게 알리거나 홍보하는 내용이 아니고 ②지주협의회는 추진위원회와의 대립관계 속에서 단지 재개발사업의 창립총회에 참석하지 말 것을 권유하기 위해 일회적으로 현수막을 설치한 것에 불과하며 ③이와 같이 지주협의회가 재개발 추진위원회가 추진하는 창립총회의 원활한 개최, 진행을 저지하거나 방해하려는 의도로 일회적으로 현수막을 통해 지주들에게 창립총회에 불참할 것을 권유하는 입장을 알리는 것을 두고 ‘직업 또는 사회생활상의 지위에 기하여 계속적으로 종사하는 사무’에 해당한다거나 ‘지주협의회 회장으로서의 본래의 업무수행과 밀접불가분의 관계에서 이루어진 사무’로서 업무방해죄가 보호하는 ‘업무’에 해당한다고 평가할 수 없고 ④설령 지주협의회의 회장에게 의사표현의 자유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를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구체적이고 계속적인 사회적 활동으로서의 사무’로는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위 대법원 판결은 1심에서는 무죄가 선고되었으나, 2심에서 뒤집혀 유죄로 벌금형이 선고되었다가, 대법원에서 다시 파기환송 판결이 선고됨으로써 업무방해죄에 대하여 무죄가 선고된 사안으로, 업무방해죄가 보호하는 ‘업무’의 범위에 관하여 심급별 법원의 고민이 깊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1심 판결은 이미 도시정비법에 따라 적법하게 승인을 받은 추진위원회가 있음에도 임의로 별개의 추진위원회를 구성하여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법에 의하여 금지되고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범죄행위로서, 그 위법성의 정도가 중하여 사회생활상 도저히 용인될 수 없는 정도로 반사회성을 띠는 경우에 해당하여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는데, 비록 원심 판결에서 유지되지 못한 법리이기는 하지만, 도시정비법 제137조 제4호의 취지를 충분히 고려한 합리적이고 유의미한 근거였다고 생각된다.
단일한 정비구역 내에서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방식이 대립하거나 조합 집행부가 되고자 하는 여러 세력이 대립하는 경우 서로 업무방해죄, 명예훼손죄 등으로 고소ㆍ고발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위 대법원 판결은 업무방해죄의 성립 여부에 관하여 또 하나의 기준을 명시해준 판례라고 생각된다. 한편 위 대법원 판결에서 재개발 추진위원회의 추진위원장에 대한 업무방해죄는 무죄가 선고되었으나, 재물손괴죄는 여전히 유죄인 점이 인정되었으므로, 이 점도 함께 유념해야 할 것이다.
박은경 변호사(법무법인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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