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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랑호 |
[대한경제=김정석 기자] 강원도 속초에 간다. 산에 가는가 아니면 바다에 가는가. 혹은 둘 다 일까. 설악산과 동해를 품었기에 속초에 간다고 하면 산과 바다를 떠올린다. 그런데 속초가 품은 건 산과 바다만이 아니다. 이름도 참 예쁜 청초호(靑草湖)와 영랑호(永郞湖). 속초 역시 호수를 품은 호반의 도시다. 호수는 바다처럼 파도 치지 않는다. 그리하여 고요한 수면은 하늘과 산과 도시 풍경을 그대로 담는다. 맑은 가을 하늘 아래 호수 속에는 더 맑은 하늘이 하나 더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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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랑호수윗길 다리 |
영랑호는 둘레 7.8㎞, 면적 1.21㎢, 수심 8.5m의 자연호수다. 영랑이라는 신라의 화랑이 무술대회에 참여하려고 경주에 가다가 이 호수에 반해 머물렀다고 해서 영랑호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전해진다.
직접 가보니 영랑처럼 마음을 빼앗겨 머물만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함께 간 일행 중에는 주변 집값이나 장기투숙 비용이 얼마인지 알아보기도 했다. 나 역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풍경이 아름답다. 호수처럼 잔잔한 아름다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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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랑호리조트 |
일단은 영랑호리조트에 올라가야 한다. 평평한 지형에 세로로 우뚝 솟은 리조트 건물이 다소 생뚱맞게도 느껴졌지만, 그런 모습이 오히려 장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덕분에 영랑호를 한눈에 내려다보고, 멀리 설악산과 동해바다까지 감상할 수 있다.
리조트에서 숙박하지 않더라도 엘리베이터 타는 것을 망설일 필요는 없다. 20층 루프탑에 스타벅스 영랑호리조트점이 있기 때문이다. 스타벅스 안에서 커피를 마시며 바라보는 풍경도 절경이지만, 야외 옥상으로 더 가까이 나갈 수도 있다. 파노라마로 펼쳐진 호수와 산, 주변 풍경을 돌아본다.
작년부터는 4월에 영랑호 벚꽃축제를 열고 있다. 영랑호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벚꽃 명소다. 영랑호리조트 측은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과 함께 벚꽃이 만개한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마련해 선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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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영랑호리조트점에서 바라본 울산바위 |
겨울에는 설악산 설경을 감상할 수 있는 명소다. 산을 오르면서 혹은 밑에서 보는 설경도 좋지만, 멀리서 산수화를 보는듯한 풍경도 기대된다. 설악산을 바라보며 일몰도 감상할 수 있다. 강원도에서의 일몰, 그것도 설악산 너머로 떨어지는 해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정보를 미리 알지 못해 일몰은 못 봤지만 멀리 보이는 울산바위가 마치 CG인 것처럼 비현실적으로 아름답다.
스타벅스에서는 커피는 물론 특별한 칵테일도 맛볼 수 있다. 술꾼이라면 절경에 취하면서 한잔이 빠질리 없다.
영랑호를 내려다보면서 전경을 눈에 담았다면 이제는 가까이서 음미할 시간이다. 둘레가 7.8㎞라고 하는데 천천히 한 바퀴를 걸을 수 있다. 시간이나 여유 혹은 체력이 모자란다면 호수를 반으로 가르는 영랑호수윗길 다리(부교)를 건너는 코스를 택하자. 거리를 반으로 줄일 수 있다. 그도 아니면 자전거를 탈 수도 있다.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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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랑호 자전거길 |
영랑호 한 바퀴는 물론 주변 길도 잘 갖춰져 있다. 뛰는 사람, 걷는 사람, 자전거 타는 사람이 어우러진다. 러닝과 산책, 바이킹 모두 최선의 선택이다. 중간 중간 벤치에서는 어김없이 호수를 바라보거나 사진 찍는 사람들을 만난다.
나는 자전거를 선택했다. 자전거길 초입은 그야말로 싱그럽다. 아직 녹음이 지지 않은 초가을에 녹색의 터널 속을 달린다. 녹색향과 바람을 가른다.
전기 자전거라 힘들지 않았지만, 씽씽 지나는 풍경이 아쉬워 중간 중간 멈춰 사진을 찍고 감상한다. 그 중 하나가 속초 8경으로 꼽히는 범바위다. 호랑이가 웅크리고 앉은 모습이라고 한다. 예전에는 주변 숲이 울창해 범이 출몰했다는 말도 전한다. 관음암과 보광사도 볼거리라고 들었는데 규모가 크지 않고 자전거를 타다 보니 그냥 지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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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랑호의 풍경들 |
그래도 호수 곳곳에서 마주치는 모습에 페달을 멈추게 된다. 갈대와 영산홍, 이름 모를 새들이 호수와 함께 유유자적이다. 가을 하늘과 그 속에 그려진 구름은 다시 호수 속 캔버스에 담긴다. 위아래로 찍어낸 데칼코마니 같은 절경이 두 배로 연출된다. 하늘은 높고 호수는 깊다.
걷기를 선택한 일행을 중간에 만나 자전거를 내어주고 걷기도 했다. 자전거를 타고 앞서가는 일행의 뒷모습도 풍경이 된다. 그러다 보니 호수를 한 바퀴 다 도는 데 걸린 시간이 1시간20분으로 찍혔다. 요금도 생각보다 많이 나왔다. 그래도 며칠을 더 머물며 돌아보고 싶어졌다.
봄에는 벚꽃이, 겨울에는 설악산 설경이 펼쳐진다. 여름에는 가까이 바다가 있고, 가을에는 호반의 정취가 깊다. 영랑호의 사계절을 다 만나보고 싶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이 아쉽다.
글ㆍ사진=김정석 기자 jskim@
영랑호리조트, 리뉴얼 이후 인기몰이
영랑호CC, 산책하듯 즐기는 라운딩
신세계센트럴 영랑호리조트는 지난해 리뉴얼을 마쳤다. 리뉴얼 개장 15개월 만인 올해 7월 투숙객이 15만명을 넘어섰다. 한 달에 만명 이상이 찾은 것이다. 객실 매출액은 리뉴얼 전에 비해 44% 신장했으며 실제 투숙객의 예약 비중을 나타내는 평균 객실 점유율도 예년에 비해 5% 이상 증가한 50%에 육박한다.
가족 친화시설을 대표하는 키즈 객실은 주말과 명절 연휴에 만실에 가까운 예약률을 보이고 있다. 작년에는 영랑호 맨발 황토길도 마련됐다.
이곳에는 골프장도 있다. 영랑호CC인데 나인홀 퍼블릭 골프장이다. 클럽하우스도 아담하다. 평탄한 지형을 산책하듯이 자연 풍광을 즐기며 라운딩한다. 홀 이동 거리도 짧은데 이 역시 단점이 아니라 편안한 느낌이라 가족 단위 방문객들에게 인기라고 한다.
지난해부터는 AI 로봇 캐디가 운행되고 있다. ‘노캐디’로 예약하면 골퍼를 뒤에서 따라오는 로봇 캐디가 배치된다. 이 역시 새로운 체험이라 인기다. 전체 골프장 이용자 중 절반에 가까운 고객이 선택한다고 한다. 인기에 힘입어 올해 20대를 추가로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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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랑호CC AI 로봇 캐디 |
클럽하우스 라운지, 카페테리아 등 영랑호리조트 곳곳에는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회화와 판화 작품 50여 점이 전시돼있다. 작은 미술관을 연상케 하며 풍광과 함께 또 다른 쉼을 선사한다.
신세계센트럴 관계자는 “새롭게 정비된 영랑호리조트가 고객들에게 계절의 정취를 만끽하며 가족들이 편안히 즐길 수 있는 휴식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며 “자연이 어우러진 특별한 추억을 선사하며 속초를 대표하는 휴양 리조트의 위치를 공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ㆍ사진=김정석 기자 j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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