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ㆍ달러 환율, 추석 전 1400원에서 1430원까지 치솟아
달러 결제 대부분인 항공사들 직격탄 불가피
원자재 수입 비중 높은 석유화학ㆍ철강업계도 부담 커져
[대한경제=김희용 기자] 산업계에 ‘원가 관리’ 리스크가 급부상했다. 이달 초 1400에 들어섰던 원ㆍ달러 환율이 연휴 이후 1420원 후반에서 1430원 초반대로 급등하며, 원자재를 달러로 구매하는 업종에서 비용 부담이 순식간에 늘어나게 됐다.
13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원ㆍ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4.8원 오른 1425.8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연휴 직전인 지난 2일 종가(1400.0원) 대비 25.8원 오른 것으로, 장중엔 지난해 5월 2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1430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짧은 기간 내 환율이 급격히 치솟으며 산업계의 충격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고환율에 직격탄을 맞는 업종은 항공업계다.
항공사들은 항공기 리스비용과 유류비, 정비비 등 주요 비용 대부분을 달러로 결제한다는 점에서 똑같은 노선을 운영하더라도 환율 상승시엔 수익이 줄어들게 되는 구조다.
대한항공은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약 400억원의 외화평가손실이 발생하며, 아시아나항공은 환율 10% 상승시 세전 순이익이 4587억원이 감소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저비용항공사(LCC)들은 고환율 상황에 더욱 치명적으로 작용한다. LCC는 항공기를 임차하는 경우가 많아 임차료와 정비비 등에서 달러 결제 비용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더구나 LCC는 경쟁사들과 중복되는 노선이 많다는 점에서 늘어난 비용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기도 쉽지 않다.
아울러 원화 약세로 인해 해외여행 경비가 늘어나면서 여행 수요 위축으로 인한 매출 감소 우려도 높아진다.
이러한 이유로 지난 2분기엔 LCC 상장사 4곳이 모두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원자재 전량을 수입하는 석유화학업계도 부담이 늘어난다.
원유와 나프타를 수입해 플라스틱ㆍ합성수지 등으로 가공하는 석화업계 특성상 원료값이 높아지면 생산단가가 오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경기가 호황일 경우엔 제품 가격에 이를 반영할 수 있지만, 지금처럼 중국산 과잉 공급과 글로벌 수요 감소로 설비 가동률을 낮추고 있는 상황에서는 비용 부담을 고스란히 감당할 수밖에 없다.
철강업계도 고환율이 달갑지 않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 철강사들은 철강 생산에 필요한 철광석과 유연탄 등 원재료를 대다수 수입하는데, 대금 지급은 달러로 이뤄진다.
그렇잖아도 미국의 품목 관세에 이어 유럽에서도 고율 관세를 예고한 상황인데 환율까지 치솟으면 채산성이 더욱 떨어지게 된다.
전문가들은 원ㆍ달러 환율이 당분간 고환율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셧다운’으로 한ㆍ미 통상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태인데다 미ㆍ중 무역전쟁 우려가 커지며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연휴기간 몰렸던 수출업체들의 내부 물량이 쏟아지면서 단기적으로 추가 상승 위험을 현실화시킬 만한 동력은 약해진 것으로 보인다”며 “1420원대 저항선이 뚫리면 1470원대까지는 저항선없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희용 기자 hy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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