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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심화영 기자] 삼성전자가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본격적으로 올라탔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에 시장 전망치를 훨씬 웃도는 12조원대 영업이익을 올리며 2분기 부진을 말끔히 씻어 냈다. 삼성전자가 두 자릿수 조단위 이익을 낸 것은 3년 만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불황기였던 지난해 한 해 동안 반도체 부문 적자에 시달리며 전사 영업이익도 5조~6조원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올해 3분기 반도체 흑자 6조원을 기반으로 전사 실적이 급반등했다.
턴어라운드 배경에는 AI 확산이 촉발한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자리한다. 특히 HBM3E 12단 제품이 AMD의 AI 가속기용으로 본격 공급되면서 AI 생태계 수요를 직접 흡수한 점이 주효했다.
시장에선 이번 실적 반등이 일회성 회복이 아니라 사이클 전환의 서막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D램 가격 상승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가동률 개선이 맞물리면서 비메모리 부문 적자 폭도 1조원대까지 줄었다. MX(모바일)와 하만, 디스플레이 부문도 실적 하방을 안정적으로 받쳤다.
SK하이닉스에 잠시 내줬던 ‘글로벌 메모리 시장 1위’도 1개 분기만에 탈환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3분기 D램과 낸드 플래시를 포함한 전체 메모리 시장에서 194억달러(약 27조67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SK하이닉스는 175억달러(약 24조9600억원)를 달성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오픈AI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고성능 HBM을 공급하기로 하면서 글로벌 AI 인프라의 핵심 밸류체인으로 올라섰다. AMD가 오픈AI에 GPU를 대규모 공급하기로 하면서 삼성전자의 HBM 공급 물량도 확대될 전망이다. 엔비디아향 HBM3E 공급은 초읽기에 들어갔고, 차세대 HBM4 인증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증권가에선 4분기에도 삼성전자가 영업이익 12조원 이상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본다. D램ㆍ낸드 가격 상승세가 가팔라지고, 파운드리 부문 적자가 추가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KB증권은 내년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54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고, 한국투자증권은 이보다 높은 73조원을 제시했다. 이는 2018년 슈퍼사이클 이후 8년 만의 최대 실적이다.
삼성전자의 실적 반등은 SK하이닉스의 고공 행진과 맞물리며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빅2’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을 더욱 뚜렷하게 만들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오는 27일 예정된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창사 이래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 10조원 돌파가 유력시된다. 증권가는 매출 24조~25조원, 영업이익 11조원 안팎을 전망하고 있고,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8%, 59% 증가한 수치다.
실적의 핵심 동력은 HBM이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HBM3E 12단 제품을 사실상 독점 공급하며 글로벌 AI 메모리 시장의 ‘퍼스트 무버’로 자리매김했다. 전체 D램 매출 중 HBM 비중이 이미 45%에 달하며, 일반 D램 대비 5배 이상 높은 단가로 수익성을 폭발적으로 끌어올렸다. 하이닉스의 2분기 영업이익률은 40%대를 기록했고, 3분기에도 비슷한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관측된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HBM 시장 점유율은 하이닉스가 62%로 1위, 마이크론이 21%, 삼성전자가 17%를 기록했다. 하이닉스는 이미 HBM4 개발 및 양산 체제를 세계 최초로 완성했고, 엔비디아와의 공급 물량 협상도 마무리 단계에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AMD향 HBM3E 공급을 기반으로 4분기부터 점유율 회복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는 SK하이닉스의 2026년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존 40조~50조원 선에서 최대 70조원 수준까지 높여 잡았고, 삼성전자 역시 HBM4 상용화와 파운드리 흑자 전환이 맞물릴 경우 슈퍼사이클 정점기 재현까지도 기대하고 있다.
심화영 기자 dorot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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