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농수산식품 수출 15.8% 급증
프랑스 韓 화장품 수입액 116%↑
업계, 설비ㆍ법인투자 확대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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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오진주 기자] 대미(對美) 통상 리스크가 커지면서 K-푸드와 K-뷰티의 시선이 유럽으로 옮겨가고 있다. 불안정한 미국 상황에 전략 재설계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14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유럽으로 향한 농수산식품 수출액은 7억72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5.8% 늘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통계를 보면 지난해 상반기 화장품 수출액 상위 20개 국가 중 3곳에 불과했던 유럽 국가는 뷰티 강국 프랑스가 들어오며 4곳으로 늘었다. 프랑스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116%나 증가한 6700만달러의 한국 화장품을 수입했다.
업계가 유럽으로 눈을 돌리는 건 미국발 관세 변수 때문이다. 미국은 여전히 큰 시장인 데다, 미국 내에서 K-푸드와 K-뷰티는 저가 품목이기 때문에 직접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기업들은 간접적인 영향을 느끼고 있다. 앞서 미국 정부는 수입산 알루미늄이 들어가는 화장품 용기까지 파생상품으로 분류해 50%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다변화를 모색 중인 지역 중에서 유럽이 주목받는 이유는 미국 시장과 결이 비슷해서다. 다인종과 다국가로 소비층이 이뤄져 있어 기업 입장에서는 채널을 실험해보기에 용이하다. 또 유럽연합(EU)으로 묶여있는 국가는 한 번 규제 프레임에 맞춰 놓으면 다른 카테고리나 제품으로 확장하기에도 효율적이다.
실제 EU는 화장품은 사전 등록 시스템인 ‘CPNP(Cosmetic Product Notification Portal)’를 통해 규제하고 있다. 제조사 또는 EU 내 지정 책임자가 규정에 따라 성분 목록과 원산지 등에 대한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글로벌 전통 강자가 있는 유럽 푸드·뷰티 시장에서 한국 메뉴와 제품이 통하는 걸 확인한 한국 기업들은 자신감도 얻고 있다. 이달 초 독일에서 열린 세계 최대 식품 박람회 ‘아누가’에 한국은 처음으로 주빈국으로 섰다. 올해는 롯데웰푸드와 풀무원 등 아누가에 처음으로 참가하는 기업도 늘었다.
설비와 법인 투자도 속도를 내고 있다. CJ제일제당은 헝가리에 비비고 만두 공장을 짓고 있다. 내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유럽 전역에 가정간편식(HMR)을 공급할 수 있는 허브를 만들겠단 구상이다.
대상은 내년 폴란드에 김치 공장을 신설해 급증하는 현지 수요에 대응하는 한편 다른 유럽국가로 진출하는 통로를 만들 계획이다. 농심과 삼양식품은 네덜란드에 법인을 설립했다. 풀무원도 연내 유럽 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화장품 기업 중에서는 코스맥스가 이탈리아에 생산 시설을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업 수장들이 현장을 찾으며 유럽 진출에 대한 의지를 보이기도 한다.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은 이번 아누가 현장을 찾아 부스를 점검했다. 이 자리에서 삼양식품은 프랑스 대형 유통업체 ‘SRG 인터내셔널’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지난달 유럽 첫 현장 경영으로 영국 런던을 찾았다.
다만 유럽은 일부 측면에서 미국보다 규제가 강해 기업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친환경 부문에서 다른 국가보다 앞선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EU는 화장품 성분 동물실험을 전면 금지하고 있어 이 규정을 따라야 한다. 식품의 경우 기후 위기로 인해 공급망 등 지속가능성을 따지는 규제도 있다. EU는 산림훼손 국가에서 생산된 제품을 수입하지 않기 위해 산림전용방지규정(EUDR)도 추진 중이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유기농 인증 등 유럽 각 국가가 요구하는 규제가 점점 더 까다로워지고 있다”며 “제품 개발 초기부터 현지에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오진주 기자 ohpea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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