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모기 39%↑…감염병 위험 커져
서울시 “하수도 정비ㆍ스마트 방제 강화”
[대한경제=박호수 기자] “요즘은 기온보다 모기가 계절을 결정하는 것 같아요.”
서울 성동구에 사는 정모(35)씨는 요 며칠 밤마다 모기약을 켜놓고 잔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지만, 방 안을 맴도는 모기 소리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가을이 왔는데도 모기와 쥐가 동시에 기승을 부리며, 서울의 도심이 이상기후의 불청객에 시달리고 있다.
14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시내 53곳 유문등으로 채집된 모기 개체 수는 지난해 10월 5087마리로 한여름인 8월보다 2.37배 많았다. 특히 10월 첫째 주 채집량(1185마리)은 8월 마지막 주(290마리)의 4배 수준이었다. 올해 9월 한 달 동안에도 2310마리가 잡혀 전달보다 39.4% 늘었다. 전문가들은 여름엔 고온과 건조로 번식지가 줄지만, 가을에는 오히려 적정한 온도와 습도가 맞물리며 모기 활동이 늘어난다고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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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
폭염과 폭우로 비롯된 이상기후는 또 다른 불청객도 불러왔다. 14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김위상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7월까지 서울시 내 쥐 출몰ㆍ목격 민원은 총 9280건으로 집계됐다. 2020년 1279건에서 2024년 2181건으로 늘었고, 올해 7월까지 이미 1555건이 접수됐다. 자치구별로는 강남ㆍ마포ㆍ관악 순으로 많았다.
폭우로 하수도가 침수되면 먹이를 잃은 개체가 지상으로 이동하고, 폭염으로 지하 온도가 높아질 때는 통풍이 잘되는 지상으로 올라오는 사례가 잦았다. 재개발ㆍ공사로 서식지가 흔들린 영향도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서울시는 ‘서식 원인 차단’에 방점을 찍었다. 최근 5년간 1008㎞의 노후 하수관로를 정비했고, 지난 9월부터 연말까지 하수관로 2000㎞ 준설, 빗물받이 70만개소 청소, 노후 관로 53㎞ 정비를 추진하고 있다. 2030년까지 연간 노후 하수도 정비 물량을 기존 100㎞에서 200㎞로 늘릴 계획이다. 특히 민원 다발지역에는 ICT 기반 ‘스마트 트랩’을 설치해 집중 방제에 나서고 있다.
한편, 시 관계자는 “쥐 출몰에 대응하기 위해 자치구 및 민간 방제기관과의 협력을 강화해 시민 생활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박호수 기자 lake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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