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김현희 기자] 금융당국이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 기조를 내세우며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자본규제를 강화할 계획인 가운데 신규 주담대라도 같은 은행 내의 다른 주담대 상품으로 갈아타는 대환대출이라면 자본규제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주담대의 자본규제는 대출의 위험가중치 하한선인 15%를 20%까지 상향 조정하는 것인데, 신규 주담대에만 적용된다. 주담대 대환도 기존 약정이 아닌 신규 약정인 만큼 자본규제에 포함돼야 하지만 같은 은행 내의 대출로 새로 갈아타는 것은 예외적용한다는 것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내년 1분기 내로 이같은 내용의 주담대 위험가중치 개선안을 도출할 계획이다. 은행 주담대의 위험가중치 하한선이 15%에서 20%로 상향 조정되면 은행의 위험가중자산(RWA)이 늘어나고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보통주자본비율이 떨어진다. 밸류업 정책을 위해서는 보통주자본비율을 유지해야 하는 은행으로서는 신규 주담대를 줄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은행권의 연간 신규 주담대 공급액은 275조원 수준인데 이 중 약 10%인 27조원을 줄여야 현재 자본비율이 유지된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금융소비자 권익을 위해 내세운 '대환대출'이다. 고금리로 고정된 주담대 원리금 상환 부담을 덜어주고자 내놨던 '대환대출'도 기존 약정을 끝내고 신규 주담대 약정을 체결하는 구조다. 대환대출까지 막아버리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이같은 점을 보완하기 위해 타행으로의 대환대출은 자본규제에 포함하되, 같은 은행 내의 다른 주담대나 아파트담보대출 등으로 갈아타는 것은 자본규제에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
같은 은행 내의 대출은 어떤 상품으로 갈아탄다고 해도 총 대출잔액이 늘어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굳이 자본규제를 적용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는 중도상환수수료만 내면 종전의 약정대로 금리·만기 변경이 가능한 구조로 신규 약정을 맺을 수 있기 때문이다.
타행으로 갈아타는 주담대 전환은 자칫 고신용자 위주로 대출을 유치하려는 출혈경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자본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다만 6·27 가계대출 규제 등으로 대환대출이 1억원 한도로 제한된 점에 대해 증액없이 대환하는 주담대만 대출 한도를 완화한 것처럼 내년 금융소비자들의 상황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6·27 규제도 타행으로의 대환대출이 신규 약정인 만큼 1억원 한도로 제한한다고 했지만 금융소비자들의 원성에 증액없는 대환만 대출 한도를 완화하기로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같은 은행 내의 주담대 대환은 은행의 대출 잔액이 변동하는 것이 아니어서 자본규제를 적용하지 않는다"며 "타행으로의 대환은 신규이기 때문에 자본규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가계부문의 스트레스 완충자본을 포함한 경기대응완충자본 부과 등 추가 개선과제도 차례로 내놓기로 했다. 금융회사의 과도한 리스크 회피를 유발하지 않도록 검사·감독 및 면책과 핵심성과지표(KPI) 등도 개선한다.
김현희 기자 ma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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