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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남산 쪽방촌 주민, ‘해 뜨는 집’에서 새 아침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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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10-14 14:56:12   폰트크기 변경      
142세대, 새 보금자리 ‘해든집’으로 이주

‘선이주-후개발’ 첫 적용…강제퇴거 없는 주거정비
서울시 “약자와의 동행, 도시 속 포용의 시작”
영등포 쪽방촌도 같은 방식으로 순환정비 추진


서울역과 남산 사이에 해가 드는 새 보금자리를 의미하는 공공임대주택 ‘해든집’이 들어선 모습. / 사진 : 서울시 제공 


[대한경제=박호수 기자] 서울역과 남산 사이, 낡은 판잣집이 밀집했던 남대문 양동 쪽방촌 주민 142세대가 새 보금자리로 옮겼다.

서울시는 14일 “남대문 쪽방촌 주민들이 새로 건립된 공공임대주택 ‘해든집’으로 이주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은 기존 주거지를 철거하기 전에 새 임대주택을 먼저 지어 주민을 이주시킨 뒤 정비를 진행하는 ‘선이주-후개발’ 방식으로, 서울에서 처음 시행된 사례다.

해든집은 ‘해가 드는 집, 희망이 스며드는 집’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2021년 12월 정비계획이 확정된 후 기부채납을 받아 4년 만에 완공됐다. 지상 18층, 지하 3층 규모의 복합건물로, 지상 6층부터 18층까지는 공공임대주택, 지하 3층~지상 5층은 사회복지시설과 생활편의시설이 들어섰다. 남대문쪽방상담소와 자활센터 공동작업장, 빨래방 등이 입주해 주민의 자립과 정착을 지원한다.

특히 시는 입주민을 대상으로 의료ㆍ생활상담ㆍ정서지원 등 맞춤형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사회공헌단체 및 기업과 연계해 생활 기반을 마련했다. 이날 iM사회공헌재단과 이마트 노브랜드는 주방용품과 세탁세제, 휴지 등 생필품을 전달하며 입주를 축하했다.

남대문 쪽방촌은 한국전쟁 이후 판잣집이 들어서며 형성된 도심 취약지로, 주민 상당수가 3.3㎡ 남짓한 방에서 정부 지원에 의존해 살아왔다. 해든집은 반세기 넘게 이어져 온 열악한 주거환경을 바꾸는 첫 단추가 된 것이다. 시는 “해든집은 개발 대상지를 전면 철거하거나 주민을 강제로 내보내지 않고, 이주 공간을 먼저 마련해 주는 새로운 형태의 정비 모델”이라며 “도시개발 속에서도 주거 약자를 보호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현장을 찾은 오세훈 서울시장은 “해든집은 강제 퇴거 없는 약자와의 동행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주거 공간으로 민·관의 적극적 협력으로 주거취약계층에게 안정적인 삶의 기반을 제공한 모델”이라며 “도시의 성장 속에서도 소외되는 이웃이 없도록, 누구에게나 따뜻한 보금자리가 있는 서울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번 사업을 ‘민간 주도 순환정비’의 성공 사례로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순환정비 방식은 추가 비용이 들고 정비기간이 길어 사업시행자들이 꺼리지만, 시는 쪽방촌의 특수성과 주민의 사정을 고려해 자치구, 사업시행자, 전문가, 주민들이 참여하는 협의 과정을 거쳐 대안을 마련했다.

현재 영등포 쪽방촌도 같은 방식으로 정비가 추진 중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가 사업시행자로 참여해 토지보상 절차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주 대상자들은 현재 거주 지역 내에 새 임대주택이 공급되면 그곳으로 옮기게 된다.

시는 해든집 입주민들의 생활 변화와 만족도에 대한 연구 용역을 추진해, 결과를 향후 다른 지역 쪽방촌 개선 정책에 반영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쪽방 주민의 주거 안정은 물론, 지역 공동체 복원을 위한 정책 방향을 구체화한다는 구상이다.


박호수 기자 lake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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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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