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개 컨소 등록 후 달랑 2곳 제출
심사委, 1개 작품 법규 위반 ‘제외’
경쟁 성립 안된다며 당선작 未선정
업계 “중대형사들 사실상 보이콧”
심사위원 풀ㆍ설계변경 책임 지적
공모안 일부 노출, 공정성 논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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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산동 양육친화주택 아이사랑홈 조감도. / 사진=서울시 제공. |
[대한경제=전동훈 기자] 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추진하는 ‘양육친화주택’ 설계공모가 심사 불성립으로 종료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공공 건축설계공모에서 당선작 없이 심사가 마무리된 것은 이례적이다.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가 재공모 방침을 밝혔으나, 사업 장기 표류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14일 서울시에 따르면 SH는 지난 1일 ‘당산동 양육친화주택 아이사랑홈 설계공모’ 심사위원회를 개최했지만, 심사위는 “경쟁이 성립하지 않는다”며 당선작 선정을 최종 포기했다. 접수된 2개 작품 가운데 한 작품에서 중대한 법규 위반사항을 파악, 심사 대상에서 제외하면서다.
‘양육친화주택 아이사랑홈’은 서울시가 기획한 국내 첫 육아특화 복합주거단지다. 당산동 공영주차장 부지(영등포구 당산동 3가 2-1, 4번지 일대) 7127㎡에 들어선다. 380가구 규모 공동주택과 함께 어린이 복합문화시설, 서울형 키즈카페, 방과후 돌봄센터, 장난감도서관 등 육아 인프라가 함께 조성될 예정이다.
이번 공모는 설계비 약 50억원, 추정 공사비 2006억원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로 업계 관심이 뜨거웠다. 지난 7월 국내 주요 건축사사무소 32개사가 22개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가 등록을 마쳤다.
그러나 실제 작품을 제출한 곳은 △건축사사무소 예지학(금성종합건축사사무소·이하 부관사) △건축사사무소 미래환경 등 단 2곳에 그쳤다.
업계에선 주요 건축설계사들이 사실상 공모를 ‘보이콧’한 것으로 분석한다. SH가 도입한 서울시 이력기반 심사위원 데이터베이스(DB) ‘S-POOL’이 중대형 설계사의 참여를 가로막은 핵심 요인으로 지목된다.
중소 건축사사무소 A사 대표는 “중규모 공동주택 프로젝트인 만큼 관련 분야 교수진이 심사위원을 맡을 것으로 예상했다”며 “서울시 풀 도입으로 민간 건축사들이 대거 합류하면서 중대형사들이 전략적 불참을 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SH가 올 초 심사한 설계비 155억원 규모 ‘개포 구룡마을 설계공모’는 심사위원 전원이 현직 교수로 구성됐다. 교수 중심 위원회와 심사 구도에 익숙했던 중대형 설계사들이 이번 공모의 심사 기준과 방향성 변화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판단, 참여를 접은 것으로 풀이된다.
공모 지침서에 명시된 ‘설계자 책임 조항’도 참여 저조의 원인으로 꼽힌다. SH는 지침에 ‘공사비 제한액 초과 시 설계자는 도서를 수정하고 건축심의 및 사업승인을 별도로 취득해야 하며, 이로 인한 추가비용은 지급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설계변경으로 인한 사업지연 책임도 설계자에게 있다고 못박았다.
중견 B사 대표는 “여타 공모 사례와 비교해도 전례가 드문 비합리적 조건”이라며 “발주처가 모든 리스크를 일방적으로 떠넘기는 구조가 참여를 위축시켰다”고 지적했다.
SH는 조만간 재공모를 실시할 계획이다. 다만 공모안 일부가 심사 과정에서 이미 노출된 만큼, 재공모 시 공정성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사업 일정 차질도 불가피하다. 당초 SH는 내년 5월 사업계획 승인을 거쳐 2027년 착공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일반설계공모 절차를 다시 밟을 경우 참가등록부터 작품접수, 심사까지 최소 3개월 이상 소요된다.
중견 C사 임원은 “단순한 공모 불발이 아니라 서울시가 새로 도입한 심사제도의 업계 수용성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된 셈”이라며 “설계사 선정 과정의 잡음이 향후 사업 추진 동력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동훈 기자 jd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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