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서 개인투자자 순매도 행렬
미국 주식 투자는 꾸준히 증가세
[대한경제=권해석 기자]투자자예탁금이 사상 처음으로 80조원 넘게 불어난 데는 개인투자자들이 국내 주식 매수에 소극적으로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투자자예탁금은 언제라도 주식 매수에 활용될 수 있어 투자자예탁금 증가는 주식 시장의 호재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최근 투자자예탁금 증가는 오히려 주식 매도의 결과물로 보인다.
실제 개인투자자는 올해 5월을 기점으로 국내 증시에서 매도 우위로 전환했다. 올해 들어 지난 4월까지 6조5000억원 가량을 순매수했던 개인투자자는 이후 23조5000억원으로 순매도하고 있다.
지난 8월에 30억원 가량 순매수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지난달에는 다시 9조8990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이달에도 개인투자자는 4조원 가량을 순매도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면 이 기간 국내 증시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 5월부터 지난달까지 코스피 지수는 33.95%나 올랐다. 이달에도 코스피 지수는 3500선과 3600선을 잇따라 돌파하면서 사상 최고 기록을 연일 새로 쓰고 있다. 지난 5월 이후 외국인투자자가 20조원 넘게 국내 주식을 순매수하면서 지수 상승을 이끌고 있다.
주가 지수가 오르는 가운데 개인투자자는 매도에 집중하면서 역설적이게도 증시 대기 자금만 큰 폭으로 증가하는 모습이다.
대표적인 증시대기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5월 56조5309억원에서 지난 13일에는 80조1901억원으로 23조6000억원 가량 증가했다.
지난 5월 이후 개인투자자 주식 매도 등으로 이른바 주식 투자 ‘실탄’만 확보하는 흐름이 길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증시대기 자금인 CMA 잔고도 지난 13일 94조7687억원을 기록하면서 역대 최고로 불어났다. CMA는 고객이 증권사에 맡긴 돈을 단기투자상품에 투자해 주는 상품으로, 수시 입출금이 가능해 증시 대기 자금으로 분류된다.
개인투자자가 국내 증시 투자에 신중한 이유는 국내 증시가 단기간에 급격하게 오르면서 생긴 차익 실현 수요에 추세적 상승에 대한 의구심이 겹쳐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증시보다는 미국 증시가 꾸준하게 상승한다는 국내 투자자들의 인식이 투자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투자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지난 1월 1136억9842만달러였던 국내투자자의 미국주식 보관금액(평가액)은 이달에는 1621억264만달러까지 늘어났다. 순매수 흐름도 지난 7월부터 3개월 연속 계속되고 있다.
권해석 기자 haese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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