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공사 지급보증으로 자금 해결
“내년 4월 전 사업계획 인가 목표”
용적률 700%ㆍ1000세대ㆍ49층
개미마을 ‘문화타운형 재개발’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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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개미마을에서 개발 계획을 설명하고 있는 이성헌 서대문구청장. / 사진 : 서대문구 제공 |
[대한경제=박호수 기자] “우리는 9개월 안에 모든 심의를 마칠 겁니다. 다들 정신 나간 거 아니냐고 하시지만, 우리 직원들이 정말 죽도록 고생하고 있습니다.”
지난 14일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이 기자설명회에서 내놓은 ‘홍제동 유진상가 일대 재개발 추진 계획’은 그야말로 ‘속도전’이다. 서대문구는 지난 9월 전국 최초로 지자체장이 직접 사업시행자로 지정된 데 이어, 내년 4월 사업계획 인가를 목표로 본격적인 행정 절차에 돌입했다.
현재 구는 교육·건축·환경·교통 등 7개 항목에 대한 통합심의를 준비 중이다. 기존에는 각각의 평가를 따로 받아야 해 5년 가까이 걸렸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이 도입한 신속통합기획 절차로 2년 이내로 줄었다. 이 구청장은 “그 절차를 더 줄여 9개월 만에 모든 심의를 마치겠다”며 “통상적인 개발 방식의 절반도 안 되는 속도로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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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들과 유진상가에서 정비사업 현황을 설명하는 이성헌 서대문구청장. /사진 : 서대문구 제공 |
유진상가는 그간 사업에 제동이 걸리는 등 우여곡절도 많았다. 구는 당초 지하보행네트워크 조성을 위해 확보해둔 250억원의 기금을 착수비로 차용하려 했지만, 구의회가 “용도 외 사용”을 이유로 이를 막았다. 또 재개발만 전담하는 부서를 올해 말까지 한시 조직으로 신설하고, 연장하려고 했으나 이 계획마저 민주당 구의원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 구청장은 “일 추진하는 추진체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그렇다고 전혀 일을 못 하는 건 아니다”라며 “직원들이 밤낮없이 뛰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서대문구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를 공동 시행자로 끌어들이며 돌파구를 마련했다. “오세훈 시장님도 도와주시고 SH 실무자들도 설득했다”는 그는 “기금 사용이 막힌 대신 SH가 공동채무자가 돼 지급보증을 서기로 하면서 자금 문제가 해소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SH가 서울시의회에 보고해야 하는 절차가 남아 있어, 이 구청장은 “12월 시의회 보고가 통과되면 내년 4월 전 사업계획 인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업계획 인가를 받게 되면 관리처분인가 단계로 넘어간다. 이 구청장은 “관리처분 시에는 조합원들이 새 아파트 입주 시 얼마나 부담해야 하는지 추정 분담금을 산정하고, 감정평가를 거쳐 분양 신청을 받게 된다”며 “이주와 철거를 거쳐 착공으로 이어지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정도면 착공까지 40개월이 안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진상가 일대는 역세권사업 대상지로 선정돼 용적률을 700%까지 높일 수 있다. 구는 총 1000여세대 규모의 49층짜리 2개와 31층짜리 2개 아파트를 건립할 계획이다.
아울러 서대문구는 홍제동 개미마을 재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인왕산 자락에 자리한 개미마을은 서울의 대표적인 무허가 주택 밀집지역으로, 약 120가구 중 10가구가 아직도 겨울철 연탄을 때며 사는 등 주거환경이 열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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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인왕산 자락에 위치한 개미마을. / 사진 : 박호수 기자 |
이곳은 방송인 김대호 전 MBC 아나운서가 거주 중인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등장한 그의 집 역시 재개발 구역 내에 있다. 이성헌 구청장은 “일반분양 대상자는 약 193명으로, 원주민과 투자 수요가 뒤섞여 있어 조정이 필요하지만 재정착을 최우선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개미마을은 지난달 29일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대상지로 최종 확정됐다. 서대문구는 인근 홍제4재개발 해제구역과 문화마을을 묶어 ‘문화타운형 재개발’로 추진 중이며, 대로변에는 고층 아파트, 산자락에는 저층 테라스형 주택을 배치해 경관 훼손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이 구청장은 “사업이 원활히 진행되면 2000세대 이상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해 주거 여건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호수 기자 lake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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