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강주현 기자] 르노 세닉 E-Tech 100% 일렉트릭(이하 세닉)은 현대차ㆍ기아, 테슬라의 대안을 찾는 소비자들을 위한 차다. 2024 유럽 올해의 차에 선정되며 BMW 5시리즈와 기아 EV9을 제치고 상품성을 인정받은 모델이다. 르노코리아는 국내에 999대만 한정 판매하며 니치마켓 공략에 나섰다.
가격은 테크노 트림 기준 5159만원부터 시작한다. 서울시 보조금 481만원 적용시 4678만원부터 구매 가능하다. 최근 출시된 기아 EV5(4855만원)와 BYD 씨라이언7(4490만원)과 비교하면 다소 비싼 편이지만, 테슬라 모델Y(5299만원)보다는 500만원가량 저렴하다. 다만 원산지인 프랑스에서 7000만원에 판매되는 차를 5000만원대에 구매한다고 보면 합리적이다.
세닉의 가장 큰 매력은 디자인이다. 획일화된 전기차 디자인과는 완전히 다른 프랑스 특유의 감성을 자랑한다. 로장주 엠블럼을 중심으로 펼쳐진 다이아몬드 패턴, 크리스탈 3D 타입 LED 리어램프가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최상위 아이코닉 트림에 적용되는 20인치 오라클 휠은 공기역학적 효율과 시각적 아름다움을 동시에 추구한다.
체급은 컴팩트하다. 전장 4470㎜로 EV5(4610㎜), 씨라이언7(483㎜)보다 작지만, 휠베이스는 278㎜로 오히려 EV5(275㎜)보다 길다. 전용 플랫폼 AmpR Medium 덕분에 작은 차체에서도 실내공간을 효율적으로 확보했다. 2열 레그룸 278㎜는 동급 최고 수준이다. 다만 키 186㎝인 기자가 탑승했을 때 전후 공간은 충분했지만 폭이 다소 좁다는 인상을 받았다. 덩치가 큰 사람이라면 이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
르노 세닉 E-Tech 100% 일렉트릭./사진: 강주현 기자
르노 세닉 E-Tech 100% 일렉트릭./사진: 강주현 기자
주행성능은 160㎾(218마력), 300Nm 토크를 발휘한다. EV5와 출력은 동일하지만 토크는 5Nm 높고, 씨라이언7(313마력, 380Nm)에는 못 미친다. 제로백 7.9초는 전기차 치고 특출하지 않지만 일상 주행에는 충분하다. 오히려 세닉의 진가는 핸들링에서 드러난다. 1855㎏의 가벼운 차체와 12:1의 낮은 조향비로 민첩한 조작감을 제공한다. 회전 직경 10.9m로 좁은 골목이나 주차장에서 운전이 편하다.
르노는 세닉을 소개할 때 ‘내연기관에 가까운 전기차’라고 표현한다. 회생제동을 5단계로 조절할 수 있는데, 1~2단계로 설정하면 내연기관이나 하이브리드 수준의 주행질감을 느낄 수 있다. 전기차 특유의 붕 뜨는 느낌이 덜해 전기차가 낯선 운전자에게 적합하다.
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의 NCM 배터리 87㎾h를 탑재했다. 환경부 인증 기준 443㎞ 주행이 가능하다. EV5(460㎞)보다는 짧고 씨라이언7(398㎞)보다는 길다. 문제는 겨울철이다. 저온에서는 312㎞로 급감한다. EV5(374㎞), 씨라이언7(385㎞)과 비교하면 아쉬운 부분이다. 충전은 130㎾ 급속충전으로 20~80% 충전에 약 34분이 걸린다.
실내는 12인치 L자형 스크린이 조종석을 연상시킨다. 총 774㎠의 디스플레이 면적을 자랑하지만, 국내 모델은 인증 문제로 구글 기반 GAS 시스템이 빠졌다. 순정 내비와 음성인식 기능이 없는 대신 무선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기본 탑재한다. 최상위 아이코닉 트림에는 하만 카돈 9스피커 사운드시스템과 장 미셸 자르가 작곡한 시그니처 사운드가 적용된다.
세닉만의 독특한 기술도 눈에 띈다. 솔라베이 파노라믹 선루프는 1.65㎡의 넓은 면적에 투명도를 4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재활용 유리를 50% 사용한 친환경 소재다. 파이어맨 액세스는 화재 발생시 소방호스의 물줄기가 배터리에 직접 주입되도록 별도 통로를 만든 안전 기술이다. 파이로 스위치는 사고시 배터리 전원을 자동 차단하는 퓨즈 역할을 한다.
안전 사양도 충실하다. 총 30가지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탑재했으며, 레벨 2 수준의 주행 자동화를 지원하는 액티브 드라이버 어시스트가 대표적이다. 차선 내 오프셋 조정 기능은 시속 50㎞ 미만에서 스티어링 휠을 살짝 돌리면 차선 유지 시스템을 끄지 않고도 차량을 좌우로 이동시킬 수 있다. 갓길 주차 차량을 피하거나 오토바이에게 공간을 내줄 때 유용하다. 유로 NCAP 5스타를 획득했으며, 성인 탑승자 보호 88%, 어린이 탑승자 보호 89%를 기록했다.
종합하면 세닉은 개성을 중시하는 고객들을 위한 차다. 현대차ㆍ기아나 테슬라와는 다른 프랑스 감성, 독특한 기술, 2024 유럽 올해의 차라는 권위가 매력이다. 999대 한정 판매라는 희소성도 플러스 요소다. 남들과 다른 차를 원하는 이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