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최태원ㆍ노소영 이혼소송 파기환송 선고
노태우 뇌물 지원 ‘불법원인급여’ 판단…1조3808억 재산분할 압박 완화
SK그룹 지배구조 ‘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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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에 참석한 최태원 SK 회장의 모습 / SK 제공 |
[대한경제=김희용 기자] ‘세기의 이혼 재판’으로 불린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상고심에서 대법원이 최 회장의 손을 들어주며 SK그룹의 지배구조가 최대 리스크를 덜어냈다. 1조원대 재산분할로 인한 지분 매각 압박에서 벗어나게 된 것이다.
16일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한다”고 선고했다. 최 회장이 2017년 7월 이혼 조정을 신청한 지 8년 3개월 만, 지난해 7월 대법원으로 사건이 넘어온 지 1년 3개월 만이다. 다만, 위자료 20억원은 상고기각돼 확정됐다.
핵심 쟁점은 재산분할 규모였다.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을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는 ‘특유재산’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노 관장이 혼인 기간 동안 SK의 기업가치 상승에 일정 부분 기여한 것으로 볼 지가 관건이었다.
앞서 2심에서 재산분할액이 1심 665억원에서 1조3808억원으로 급증한 배경에는 김옥숙 여사(노태우 전 대통령 부인)가 남긴 것으로 알려진 메모가 결정적이었다. 이 문건은 노 전 대통령이 최 회장의 부친 고(故) 최종현 회장 측에 뇌물성 자금 일부를 지원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를 정면으로 뒤집었다.
재판부는 “노태우 전 대통령이 뇌물로 수령한 거액의 돈을 사돈 혹은 사돈 혹은 자녀 부부에게 지원한 행위는 법의 보호영역 밖에 있다”며 “피고가 재산분할에서의 기여로 주장한다고 하더라도 불법성이 절연될 수 없으며, 노태우의 행위가 법적 보호가치가 없는 이상 이를 재산분할에서 피고의 기여 내용으로 참작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다.
대법원은 최 회장이 2014~2018년 친인척에게 증여한 SK㈜ 주식 329만주와 동생 최재원에 대한 증여ㆍ증여세 대납(246억원), 급여 반납 등 총 1400억원 상당의 재산 처분에 대해서도 새로운 법리를 제시했다.
재판부는 “혼인관계가 파탄된 이후 부부공동재산 형성ㆍ유지와 관련 없이 처분한 재산만 분할대상에 포함할 수 있다”며 “원고의 재산 처분은 SK그룹 경영권을 원만히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부부공동재산 형성ㆍ유지와 관련성이 있어 분할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는 대법원이 최초로 설시한 법리로, 친인척에 대한 주식 증여나 최재원에 대한 증여ㆍ증여세 대납은 최 회장이 SK그룹 경영권을 원만히 승계ㆍ확보할 수 있도록 양보해 준 가족들에 대한 보상 성격이므로 분할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본 것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최 회장은 2심 판결 기준 1조3808억원의 재산분할금을 단기간에 마련해야 하는 압박에서 벗어나게 됐다.
만약 2심이 확정됐다면 최 회장은 SK㈜ 지분 17.9%(1297만주) 중 상당 부분을 매각해야만 했고, 이 경우 지분율이 15% 이하로 떨어져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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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서린사옥 / SK 제공 |
최 회장의 SK㈜ 지분율은 특수관계인 등 우호지분을 합쳐 25% 수준이다. SK㈜는 △SK이노베이션(52.09%) △SK스퀘어(32.03%) △SK텔레콤(30.57%) △SKC(40.6%) 등 그룹의 핵심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파기환송된 재산분할 부분은 서울고법에서 재심리된다.
법조계에선 대법원의 법리에 따라 △노태우 금전 지원의 기여 불인정 △혼인 파탄 전 처분재산 제외 △재산분할 비율 재산정 등이 핵심 쟁점으로 재심리돼 노 관장의 재산분할액이 2심 판결보다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여긴다.
김희용 기자 hy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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