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ㆍ경기북부청 중심 조사 착수

휴대전화 압수물 분석해 가담 여부 규명
정부, 프린스ㆍ후이원 금융제재 검토

캄보디아 온라인 사기에 가담해 구금된 한국인들이 지난 1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송환되고 있다. 이날 송환에는 경찰 호송조 190여명이 투입됐다. / 사진 : 연합

[대한경제=박호수 기자] 경찰이 지난 18일 캄보디아에서 송환된 피싱 범죄 관련 피의자 64명에 대한 신병 확보 절차에 착수했다. 경찰은 이르면 오늘(19일) 오후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으로, 피의자들이 단순 감금 피해자인지, 자발적으로 범죄에 가담한 공범인지 여부를 핵심 쟁점으로 조사 중이다.

송환자들은 캄보디아 프놈펜 인근 범죄단지에서 보이스피싱ㆍ로맨스 스캠 등 온라인 사기 행위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체포영장이 집행된 국적기 탑승 시점부터 법정 구속영장 청구 시한(48시간) 내에 신병 처리를 마무리해야 한다. 20일 새벽 3시쯤이 법적 시한이어서, 경찰은 오후부터 구속영장 신청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충남경찰청이 전체 송환자 64명 중 45명을, 경기북부경찰청이 15명을 각각 맡았으며, 대전경찰청 1명, 서울 서대문경찰서 1명, 경기남부청 김포경찰서 1명, 강원 원주경찰서 1명 등으로 분산돼 조사가 진행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국가수사본부 지휘 아래 각 관서 인력을 투입해 출국 경위와 범행 가담 정도를 면밀히 조사 중”이라며 “범죄의 고의성, 감금 및 협박 여부를 함께 검토해 구속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귀국한 즉시, 일부 피의자들에 대한 조사를 밤늦게까지 이어갔다. 송환자 상당수는 현지 범죄단지에서 불법 감금 피해를 주장하고 있으나, 수사당국은 이들이 폭력이나 협박에 의해 범행에 동원된 것인지, 불법성을 인지한 채 범죄에 가담했는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자발적으로 범죄에 참여하고도 ‘감금 피해자’라 주장하는 사례도 있어, 경찰은 캄보디아 경찰이 넘겨준 휴대전화 등 압수물을 정밀 분석해 진술의 신빙성을 따질 방침이다. 경찰은 또한 피의자들의 국내 출국금지 조치 등 필요한 절차는 이미 완료됐다고 밝혔다.

이번 송환 작전에는 경찰관 190여 명이 전세기에 동승해 진행됐으며, 귀국 직후 피의자들은 인천국제공항에서 체포돼 각 관할 유치장으로 이송됐다.

한편, 캄보디아 현지에서는 추가 구출 소식도 이어졌다. 캄보디아 경찰은 지난 17일 시아누크빌 범죄단지 ‘웬치’에서 한국인 2명을 구출했으며, 주캄보디아 한국대사관은 신속한 송환을 추진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재외국민안전대책단도 현지 교민 및 캄보디아 정부 관계자들과 협력해 한국 청년 3명을 구출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캄보디아발 온라인 사기와 인신매매 배후로 지목된 프린스그룹(Prince Group)과 후이원그룹(Huione Group) 등에 대한 금융 제재도 이르면 이달 중 단행할 방침이다.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이들을 ‘금융거래 제한 대상자’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으로, 지정되면 금융위 사전 허가 없이 금융·부동산·채권 등 재산 거래가 불가능해 사실상 자산 동결 효과가 발생한다.

프린스그룹은 부동산·금융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며 캄보디아 경제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기업집단으로, 국제사회에서는 인신매매·온라인 사기 배후로 지목되고 있다. 후이원그룹은 불법 가상화폐 자금 세탁 혐의를 받고 있다.

아울러 정부는 이번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경찰청·외교부·법무부 등이 참여하는 ‘한-캄보디아 스캠범죄 합동대응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중이다. 또한 190여 재외공관을 통해 유사 범죄 유형 전수조사에 착수하고, 인천공항 캄보디아행 탑승구에는 경찰관을 상시 배치해 불심검문을 강화하고 있다.


박호수 기자 lake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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