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최장주 기자] 올해 들어 감소세를 보이던 저축은행 여신이 8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6·27 대출규제로 은행권 가계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자동차 담보대출 등 규제 적용을 받지 않는 저축은행 대출로 수요가 몰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21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전체 여신 잔액은 94조266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93조8627억원) 대비 4033억원 늘어난 규모로, 올해 들어서는 7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다 증가로 전환한 것이다.
이는 규제 외 가계대출 수요가 저축은행으로 몰린 결과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실제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6·27 대출규제 시행 이후 약 2개월간 저축은행에 접수된 개인 차담보대출 신청은 총 24만8000건에 달했다. 영업일 기준 하루 평균 신청 건수는 5636건으로 규제 이전인 올해 1~5월 하루 평균(2330건)의 2.4배 수준이다.
같은 기간 하루 평균 대출 취급액도 67억9000만원에서 84억9000만원으로 약 25% 증가했다.
하지만 이 같은 여신 증가세가 지속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이다.
개인사업자 대출과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기는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저축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14조3097억원으로 전년 동기(17조952억원) 대비 16.3%(2조7855억원) 감소했다. 11개 분기 연속 감소세다.
중소기업 대출 잔액도 올해 2분기 기준 43조2119억원으로 전년 동기(49조2807억원) 대비 12.3%(6조688억원) 줄어 9개 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저축은행업권이 건전성 개선에 중점을 두고 보수적인 영업 기조를 유지하면서다.
최근에는 저축은행중앙회 주도로 7100억원 규모의 5차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상화펀드를 조성했다. 지난 1월부터 누적 2조6430억원 규모로 부실 PF를 정리해온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노력을 기반으로 건전성 지표는 뚜렷한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말 저축은행업권의 연체율은 7.53%로 지난해 말(8.52%)보다 0.99%포인트(p) 하락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6·27 규제 이후 차담보대출 등 규제에서 자유로운 상품으로 수요가 몰리면서 여신이 소폭 증가했다”며 “다만 전반적으로는 건전성 관리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증가세가 본격화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부실자산 정리를 지속하면서 연체율이 개선되고 있어 연말까지 금융당국 목표치인 5~6% 달성도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장주 기자 cjj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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