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나라 ‘홀로서기’…자체 앱 강화
포시마크 침체ㆍ왈라팝 지분취득 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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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민경환 기자] 과거 국내 중고거래 플랫폼을 사실상 독점하던 네이버가 대표 카페 ‘중고나라’의 이탈과 인수한 글로벌 플랫폼 성적 부진 등으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네이버에 가장 뼈아픈 대목은 최근 중고나라가 ‘탈 네이버’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고나라는 지난달 말 네이버 카페의 사기 피해 위험을 이유로 카페를 통한 중고 판매를 중단했다. 자체 앱에서만 상품을 등록할 수 있게 변경하며 수익성 창출 등 플랫폼으로 홀로서기에 나섰다는 평가다.
2003년 네이버 카페로 출발한 중고나라는 1950만명 회원을 보유한 거대 플랫폼이다. 여전히 카페 기반 이미지가 강하지만, 앱 생태계가 더욱 강화된다면 네이버의 플랫폼 경쟁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네이버는 중고나라의 이 같은 조치 후 중고거래 안전보장 설루션을 선보였다. 네이버 인증서와 네이버페이 에스크로, 거래 모니터링 시스템 등을 결합했다. 거래 당사자 간 분쟁 조정도 돕는다. 중고거래 플랫폼의 주도권을 뺏기지 않겠다는 네이버의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최근 많은 중고거래 플랫폼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안전거래 설루션을 도입하고 있다”며 “여전히 상당수의 중고거래가 다양한 네이버 카페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당근, 번개장터, 중고나라 앱의 총 실행 횟수는 45억6700만회로, 2021년 8월(23억9500만회) 대비 90.7% 증가했다. 이 기간 중고거래 앱 사용자 수 또한 1766만명에서 2339만명으로 32.4% 늘었다.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 10명 중 7명 꼴로 중고거래 3개 앱을 설치했다.
당근은 지역 주민 간 거래를 기반으로 실생활 밀착형 플랫폼으로 자리잡으며 시장을 장악했다. 올해 상반기 중고거래 플랫폼 가운데 당근의 이용경험률(복수응답)은 90%에 달했다. 중고거래를 넘어 지역 커뮤니티 앱으로 진화를 꾀하며 아르바이트, 부동산, 모임 기능까지 탑재했다.
번개장터는 한정판 제품과 중고 명품 거래를, 중고나라는 오랜 커뮤니티 기반 인지도를 강점으로 내세운다. 올해 상반기 번개장터와 중고나라의 앱 이용경험률은 각각 23%, 22%를 기록했다.
네이버는 소비자간 거래(C2C) 부문에 지속적으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C2C 거래 성장에 대한 기대감에 더해 방대한 소비자 거래·결제 데이터를 확보해 AI 시대 플랫폼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왈라팝 인수 전략의 중요한 축은 데이터 확보와 C2C 섹터 지속 성장 기대감”이라며 “AI 에이전트로 성공하려면 데이터 다양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한국과 일본에서 한정판 거래 플랫폼 크림과 소다를, 북미에서 소셜 커머스 포시마크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스페인 중고거래 플랫폼 왈라팝을 인수했다. 다만 인수에 13억1000만 달러(1조8636억원)를 들인 포시마크가 실적 부진에 빠지고, 5억6300만 유로(9036억원)를 쓴 왈라팝 지분 취득이 스페인 정부 심사 과정에서 내년으로 지연됐다.
이효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네이버는 C2C 플랫폼 인수 목적으로 데이터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포시마크는 3년간 큰 개선이 없었고, 포시마크와 소다 영업권만 아직 1조7000억원이 남아있다”며 “지속적인 C2C 인수로 인한 현금 소진 등 먼저 자사 전략에 대해 투자자들의 공감대를 얻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민경환 기자 erut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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