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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민경환 기자]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혐의로 기소된 카카오 김범수 창업자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카카오 그룹이 큰 고비를 넘겼다. 2년 8개월간 이어진 사법리스크가 일단 해소되며 AI와 금융 등 신사업에 본격적으로 드라이브를 걸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21일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합의15부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창업자와 주식회사 카카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김 창업자는 2023년 2월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경쟁사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시세를 조종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8월부터 100일간 구치소에 수감됐고, 건강 악화로 암 수술과 재수술을 받는 등 개인적 시련을 겪어왔다.
카카오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2년 8개월간 이어진 수사와 재판으로 여러 어려움을 겪었다”며 “급격한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하기 힘들었던 점이 뼈아프지만, 이를 만회하고 주어진 사회적 소명을 다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 창업자도 “카카오에 드리워진 주가조작과 시세조종이라는 그늘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간 카카오는 김 창업자의 사법리스크로 중대 의사결정과 신사업 추진 등에 영향을 받아왔다. 대표적 사례가 최근 이뤄진 카카오톡 대규모 개편이다. 카카오는 친구탭 피드형 개편과 숏폼 전용 지금탭을 추가한 업데이트를 내놨다가 이용자 반발에 직면해 사태를 수습 중이다. 업계는 단순한 인터페이스(UI) 불편을 넘어 김 창업자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후 불안정해진 의사결정 구조를 드러낸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2월 토스뱅크 출신 홍민택 최고제품책임자(CPO)가 이번 개편을 주도하는 과정에서 김 창업자의 철학과 거리가 먼 방향성을 보였기 때문이다. 김 창업자는 “기술은 이용자의 삶을 편리하게 해야 한다”는 철학을 강조하며 카카오톡 초기 광고 도입이나 UI 개편 등에 이용자 경험을 최우선으로 삼아왔다. 하지만 이번 업데이트는 대규모 UI 변경과 광고 삽입을 전면에 내세워 역효과를 냈다.
AI 경쟁에서도 뒤처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창업자가 직접 대표직을 맡을 정도로 관심을 보였던 카카오브레인은 지난해 본사 서비스형 AI 개발 조직에 통합됐고, 카카오는 정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서 탈락했다. 김 창업자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미래이니셔티브센터 센터장을 맡고 있지만, 사법리스크 점화 이후 별다른 영향력을 끼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무죄 판결로 카카오는 여러 리스크를 해소하게 됐다. 우선 카카오 법인이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카카오뱅크 대주주 자격 유지 우려가 사라졌다. 현행 인터넷전문은행법상 산업자본이 금융사 지분 10% 초과 보유 시 최근 5년 내 법령 위반이 없어야 한다. 카카오는 6월말 기준 카카오뱅크 지분 27.16%를 보유한 최대 주주로, 금고형 이상을 받을 경우 대주주 자격을 잃고 6개월 내 초과 지분을 처분해야 했다. 이는 카카오 금융 생태계 구축 구상 자체가 흔들리는 위기였다.
카카오는 이제 AI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됐다. 이달 말 오픈AI의 챗GPT와 자체 개발한 AI 카나나를 카카오톡에 결합하는 중요한 실험을 앞두고 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연내 계열사를 80여개로 줄여 AI 시대를 준비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최근 신사업으로 점찍은 스테이블코인 부문도 안정감을 더할 전망이다.
그룹 관계자는 “김 창업자가 카카오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절대적”이라며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만큼 AI를 비롯한 신사업 등에서 확실한 드라이브를 걸 기회를 잡았다”고 말했다.
다만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검찰이 항소할 가능성이 높고, 김 창업자가 건강 문제로 당장 일선에 복귀할지는 미지수다. 그룹 관계자는 “김 창업자는 일단 치료와 건강 회복에 전념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현재로서는 복귀 시점을 예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민경환 기자 erut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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