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끝나고 한 달 이상 지나야 지급
박성훈 의원, 조달청에 개선 주문
기관 조달수수료 35억 미납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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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최지희 기자] 건설현장 일용직 근로자의 임금 체불을 예방하기 위해 도입된 조달청의 ‘하도급 지킴이’ 제도가 오히려 일용직 근로자들의 임금 지급을 늦추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2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성훈 의원(국민의힘ㆍ부산 북구을)이 조달청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조달청 등록 발주기관에서 원도급, 하도급을 거쳐 건설현장 근로자에게 임금이 지급되기까지 평균 7.7일이 소요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 수치가 실제 현장의 체감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7.7일은 도급업체가 근로 내역을 취합ㆍ검증하고 발주기관에 대금을 청구하기까지 걸리는 기간을 제외한 것으로, 이를 포함하면 임금 지급 기간은 훨씬 길어진다. 실제 현장에서는 근로자가 일한 지 한 달 이상 지난 뒤에야 임금을 받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도급 단계가 늘어날수록 임금 지연 문제는 심각해졌다. 올해 8월 기준 원도급 근로자의 지연지급률은 5.7%에 그쳤지만, 하도급 근로자는 8.1%로 나타나 2.4%포인트 높았다. 지연 지급 금액도 원도급 881억원, 하도급 1402억원으로 하도급에서 더 많았다. 일용근로자는 하루 단위로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그날 근로가 종료되면 근로관계도 끝나는데 현실에서는 정반대의 상황이 빚어진 셈이다.
설상가상으로 지난달 26일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하도급 지킴이가 먹통이 되면서 건설현장의 혼란은 가중됐다.
정부 전산망 647개 시스템이 마비된 이 사고로 하도급 지킴이도 서비스가 중단됐고, 조달청은 나흘 만인 30일 오전 4시에야 재해복구시스템(DR)으로 전환해 부랴부랴 서비스를 재개했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발생한 시스템 마비로 하도급 대금과 근로자 임금 지급에 차질이 우려되면서 건설 현장은 더욱 큰 어려움을 겪었다. 평소에도 한 달 가까이 임금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서 시스템 장애까지 겹치면서 일용직 근로자들의 생계 불안은 극에 달했다.
이 탓에 건설현장에서는 “행정 절차가 복잡해지면서 일용직 근로자들이 일한 지 한 달 이상 지나서야 임금을 받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며 시스템에 대한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가 오히려 근로자의 생계를 위협하는 역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박성훈 의원은 “하루 일하고 하루를 살아가는 건설 일용직 근로자의 경우 며칠만 입금이 늦어져도 생계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며 “건설 근로자 보호를 위해 도입한 시스템이 당초 목적과 다르게 운영돼 오히려 불편을 야기하는 만큼 제도 개선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박성훈 의원이 조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조달수수료를 미납 중인 기관은 총 49곳이며 미수납액은 총 35억1천800만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국토교통부 소속 기관의 미납액이 전체의 약 75%로 가장 많았다. 기관별로는 부산지방국토관리청(18억원), 대전지방국토관리청(7억2000만원), 서울지방국토관리청(4000만원) 순이다.
더욱이 조달청은 국토부 산하 기관 등 주요 기관에 2023년 9월부터 2025년 4월까지 총 81회 납부촉구 공문을 발송했지만, 여전히 납부는 지연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은 “모범을 보여야 할 기관과 지자체에서 예산 부족을 이유로 조달수수료를 제때 납부하지 않는 것은 재정 집행의 기본 원칙을 훼손하는 일”이라며 “납부독촉에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미수납률이 늘고 있는 만큼, 징수 체계 개선과 수납 관리 강화 등 제도적 보완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최지희 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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