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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일본 총리 / 연합뉴스 |
[대한경제=강성규 기자]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자민당 총재가 제104대 일본 총리로 선출됐다. 현 체제인 내각제를 도입한 일본 근대 정치 140년 역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다.
21일 NHK 등 일본 외신에 따르면 다이키치 총리는 이날 중의원(하원) 총리 지명선거 1차 투표 선거에서 465표 중 237표로 과반 득표했다. 참의원(상원)에서는 결선 투표까지 간 끝에 제1 야당인 입헌민주당의 노다 요시히코를 125 대 46으로 누르고 양원에서 모두 총리로 선출됐다.
자민당은 지난 3일 다카이치 총재 선출 이후 26년간 협력관계를 유지해 온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하며 위기를 맞았지만, 제2야당인 일본 유신회와 새로운 연정에 합의하며 집권당 지위를 지켰다.
아베 신조 전 총리의 계승자로 불리는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내에서도 우파 색채가 강한 인사로 분류된다. 연정 파트너인 유신회 또한 ‘강경 보수’ 정당으로 평가된다.
한일 외교 현안에서도 전임 이시바 총리와 다른 행보를 걸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재명 정부의 대일 외교 향방에도 관심이 쏠린다.
다카이치는 선출 전부터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 지배와 일본군 위안부 강제 동원 등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잘못을 인정ㆍ사죄한 ‘고노 담화’(1993년)와 ‘무라야마 담화’(1995년)를 부정해왔다.
또 총리로서 2차 세계대전 A급 전범을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할 것과 일본 시마네현이 독자적으로 정한 ‘다케시마의 날’에 장관급 인사 파견을 약속하는 등 우리 정부ㆍ국민 여론과 완전히 대척점에 서있는 인물이다.
이에 그의 등장으로 한국ㆍ북한ㆍ중국 등 주변국과의 긴장 관계가 극한에 달할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기시다ㆍ이시바 정권에서 기틀을 마련한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 재정립에 ‘초특급 변수’로 떠올랐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
다만 트럼프발 관세 전쟁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 고조, 북중러 밀착 등 외교ㆍ통상 문제를 둘러싼 여건이 녹록지않은 만큼, 한국 등 대외 외교에서 즉각 ‘강경 일변도’로 나가지는 못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결국 다카이치 총리가 과거사와 경제ㆍ외교적 협력을 구분하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외교’ 노선에 부응할 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전망은 엇갈린다. 우선 관세전쟁 여파 등 한국과 ‘동병상련’ 처지에 놓여 있는 다카이치 또한 한국과 대응 공조가 절실한 만큼 이 대통령과 이시바 전 총리가 합의한 ‘셔틀 외교’ 등 미래지향적 협력 틀을 유지하면서, 과거사 등 첨예한 쟁점들은 취임 초기부터 애써 부각하지 않을 것이란 견해가 나온다.
실제로 그는 총재 선거 토론회에서 한일관계에 대해 “일미 동맹과 함께 일ㆍ미ㆍ한, 일ㆍ미ㆍ필리핀 협력을 심화해야 한다”며 “위기 상황에서 한국과 협력하며 대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지지기반인 당내 보수층의 여론과 유신회와 이해관계도 고려해야 하는 만큼 강경 노선 선회가 불가피하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그는 총재 선거 당시 헌법에 ‘자위대’ 명기, 스파이 방지법 제정, 외국인 불법 체류자 대책 등 우익 성향의 공약을 대거 제시한 바 있다.
또 유신회는 연정 구성 논의 과정에서 △전쟁과 무력행사의 영구 포기 △육해공군 전력 보유 및 국가 교전권 부인 등 이른바 ‘평화 헌법’의 핵심 내용을 사실상 삭제하기 위한 개정 절차 관련 양당 협의회 설치를 제안했다. 3대 안보문서 조기 개정, 방위장비 수출 제한 규정 대폭 완화, 외국인에 관한 위법 행위 대응 등도 요구했다.
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명예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자민당 내에서 극우 인사들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그들이 바라는 바(야스쿠니 참배 등)를 무시하기 어렵다”며 “역사 문제에서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과 마찰이 생길 소지를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우리 정부는 ‘실용 외교’ 노선을 견지하면서 새 일본 정부와 지속 소통ㆍ협력해 나간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재웅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한일은 격변하는 지정학적 환경과 무역 질서 속에서 유사한 입장을 가진 이웃이자 글로벌 협력 파트너”라며 “앞으로 미래지향적 관계 발전을 위해 양국이 함께 노력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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