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1조6000억원 중 3900억원 차지…野 차규근 “조사 필요”
“尹 정부서 공적 기금이 특정 대기업 지원 수단으로 전락”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사진:차규근 의원실

[대한경제=조성아 기자]기획재정부가 운용하는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의 대개도국 차관 예산 가운데 24%가 현대로템 한 기업에 집중된 것으로 확인됐다.

2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실에 따르면 내년 EDCF 예산안은 총 2조3000억원 규모로, 이 중 개도국 차관 사업 예산은 163개 사업, 총 1조6000억원 규모다.

지역별로 보면, 아시아 89개 사업(8235억원), 아프리카 46개 사업(6230억원), 중동ㆍCIS(옛 독립국가연합) 17개 사업(1634억원), 중남미 11개 사업(176억원) 등이다.

차 의원은 “이중 현대로템이 수주한 단 네 건의 사업이 총 3897억원에 달해, 대개도국 예산의 24%를 차지하고 있다”며 “현대로템 한 곳에 몰린 예산이 내년 중동과 중남미 전체 융자 사업 예산을 합한 것보다도 2200억원 많은 셈”이라고 지적했다.

현대로템의 사업 4건 중 3건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정부의 EDCF 지원방침이 결정되고 차관공여계약(L/A, Loan Agreement)까지 체결됐다.

이집트 카이로 메트로 2ㆍ3호선 전동차 구매 사업은 2022년 7월 정부 지원 방침 승인 후 이듬해 차관 공여 계약이 체결됐다. 또한 우즈베키스탄 고속철도 차량 구매사업은 지난해 6월 정부지원방침 승인과 L/A 체결이 같은 달에 이뤄지는 등 이례적인 속도로 진행됐다.

차 의원은 “우즈베키스탄의 경우 국제경쟁입찰 절차 없이 처음부터 현대로템을 염두에 둔 사실상의 수출금융 방식으로 추진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차 의원은 추경호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부 지원 방침 결정 전인 2023년 9월 우즈베키스탄 경제부총리를 만나 ‘한국 기업 수주 시 EDCF를 지원할 수 있다’고 발언한 사실도 국토교통부 자료를 통해 확인했다고 전했다.

차 의원은 “EDCF는 개도국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공적개발원조(ODA) 기금인데도, 지난 정부에서 특정 대기업 수주 지원 수단으로 전락했다”며 “국내 사업에서 현대로템과 명태균 간의 로비 정황이 이미 드러난 가운데 해외 수주까지 이어진 것은 아닌지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조성아 기자 jsa@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