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시장 현실 외면한 과도한 대책”
민주당 침묵, 소비쿠폰 논란 때와 ‘데자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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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국민의힘 소속 구청장 및 부구청장들이 서울시청에서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 관련 공동성명서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 : 송파구 제공 |
[대한경제=박호수 기자] 정부의 ‘10ㆍ15 부동산 대책’을 놓고 서울시와 자치구가 집단 반기를 들었다. 국민의힘 소속 구청장들은 “지방자치의 근간을 무너뜨린 결정”이라며 반발했지만, 더불어민주당 소속 구청장들은 단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았다. 지난달 ‘소비쿠폰 예산 공동선언’ 때와 마찬가지로 민주당 구청장들의 전원 불참이 되풀이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22일 오후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서울시ㆍ자치구 공동성명 발표에는 서강석 서울시구청장협의회 회장(송파구청장)을 비롯해 국민의힘 소속 14명, 무소속 1명 등 총 15개 자치구 구청장이 참석하거나 서명으로 동의했다.
이날 공동성명서 발표 모두발언에서 서강석 회장은 “정부의 일방적이고 포괄적인 규제는 지방자치의 근간을 훼손하고 주민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조치”라며 “토지거래허가제는 사유재산에 대한 가장 강력한 제재이므로, 극히 예외적인 지역에 한정해 핀셋형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서울시와 자치구와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지정된 이번 결정은 지방자치의 협력 구조를 무시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협의회는 “서울시와 자치구는 이미 재개발ㆍ재건축 등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신속통합기획 등 제도적 지원을 강화해 왔다”며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의 즉각 철회 또는 최소화 △정부ㆍ서울시ㆍ자치구 3자 협의체 구성 △현장 중심의 규제 완화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이날 서울시 역시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기자회견에 함께한 김병민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정부는 대책 마련 과정에서 서울시와 사전 협의나 논의가 없었다”면서 “이번 대책은 단기적으로 거래를 위축시킬 수는 있겠으나 장기적으로는 주택시장 경직과 전월세 불안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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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석 서울시구청장협의회장(송파구청장)이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에 대한 서울시 자치구 공동성명서 발표’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안윤수 기자 |
현장에선 이미 민원 폭증과 행정 마비가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 회장은 “토허가는 아주 극단적인 규제이기 때문에 불편할 수밖에 없다”며 “허가가 나오면 4개월 이내 본인이 직접 들어가 살아야 하고, 기존 주택은 4개월 안에 팔거나 임대해야 한다. 극히 예외적 사유가 아니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송파구는 지난해 토지거래허가 수가 1000건이었지만 올해 10월까지 이미 3500건으로 3배 이상 늘었다”며 “직원 3명이 수백 건의 민원을 감당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야권 구청장들은 메시지를 더욱 날카롭게 세우기도 했다. 이기재 양천구청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10ㆍ15 대책은 한마디로 ‘집 살 생각도 말고, 이사 갈 생각도 하지 말고, 그냥 살던 곳에서 살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번 조치는 거주 이전의 자유까지 제약하는 반헌법적 정책이며, 자유시장경제의 기본원칙은 물론 개인의 자유마저 무너뜨리는 폭력적 발상”이라고 했다.
반면 민주당 소속 구청장들은 이번 성명에 참여하지 않았고 별도 입장도 내지 않았다. 성동구의 정원오 구청장만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토지거래허가제의 본래 취지는 가수요를 걸러내고 실수요자를 보호하는 것”이라며 “실거주 등 이용 목적이 명확한 경우 허가를 최단 기한 내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사안은 지난달 ‘소비쿠폰 예산 부담’ 논란 때와 닮았다는 평가다. 당시에도 서울시와 자치구가 정부의 일방적 재정 전가에 반발해 ‘지방재정 공동선언’을 발표했지만, 민주당 소속 10개 구청장들은 모두 불참했다.
시 고위관계자는 “지방 재정 악화나 부동산 규제 모두 시민 생활과 직결되는 문제인데, 여당 구청장들이 정당 눈치를 보며 빠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했다.
정치권에선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 구청장 간 입장 차가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호수 기자 lake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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