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0% 급등 후 차익실현 매물 출회
[대한경제=김동섭 기자] 연일 최고치 기록을 경신하던 금값이 폭락 수준으로 떨어졌다.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면서 금값이 고꾸라진 것으로 보이지만, 일각에서는 글로벌 유동성 ‘랠리(상승장)’가 꺾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종가 기준 순금(99.99%) 1g당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5.47%(1만1430원) 하락한 19만4830원을 기록했다. 국내 금 시세는 지난 15일 기록한 장중 사상 최고치(23만920원) 대비 15.64% 떨어지며 3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국내 금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들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전 거래일 대비 종가기준 ACE골드선물 레버리지는 8.71% 떨어졌고, ACE KRX금현물(-5.73%), TIGER KRX금현물(-5.32%), KODEX 금액티브(-4.23%), KODEX 골드선물(-4.15%) 등 주요 금 ETF들이 동반 약세를 나타냈다.
국제 금가격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21일(미국 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12월물 금 선물 가격은 트로이온스당 4109.1달러로 마감하며 전장 대비 5.74% 급락했다.
금융투자업계는 이번 급락의 직접적 원인으로 단기 차익실현 매물 출회를 꼽고 있다. 여기에 인도가 최대 힌두교 축제인 ‘디왈리’로 휴장하면서 생긴 유동성 부족 등도 금값 급락의 배경으로 거론되고 있다. 박상현 iM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들어 금 가격은 약 60% 가까이 급등하며 주요 자산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해왔다”며 “이번 급락은 인도의 디왈리 휴장으로 주요 실수요자들이 빠진 가운데 단기 차익실현을 위한 매도세가 출회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에 이어 금값까지 조정을 받으면서 글로벌 ‘에브리싱 랠리(모든 자산 동반 상승)’가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달 들어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오후 3시 기준 10만8214달러로 지난 1일 같은 시간(11만4613달러) 대비 5.59% 하락했다. 박 연구원은 “일부 자산가격이 고평가된 상황에서 미국의 사모대출 부실 리스크가 예상보다 커질 경우 자산시장에 대한 유동성 공급이 위축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증권가는 중장기적으로 금 가격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하에 따른 실질금리 하락, 글로벌 불확실성 확대,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 수요 등이 장기 지지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홍성기 LS증권 연구원은 “2013년 당시 금 가격이 10% 급락 이후 가격 회복에 약 7년이 걸렸지만, 당시와 달리 현재는 신흥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이 지속되고 있다”며 “단기 조정은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계속 상승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도 “현재 금의 상승세가 다소 과열 국면에 진입했더라도, 연내 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 기대와 금 ETF로의 자금 유입, 중앙은행의 매수세 지속 등으로 금 가격은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김동섭 기자 subt7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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