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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치솟는 집값·환율에 ‘금리 동결’…“11월 인하 여부 불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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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10-23 15:38:50   폰트크기 변경      

이창용 한은 총재가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제공.

[대한경제=김봉정 기자] 한국은행이 수도권 집값 급등과 가계대출 증가 등 금융 불균형이 심화되자 통화완화 속도를 늦추기로 했다. 환율 불안과 대미투자 협상 등 대외 변수까지 겹쳐 11월 금리 향방도 예단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이창용 한은 총재는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인하를 했을 경우 오히려 투자비용이 줄어 부동산 가격 상승을 가속화시킬 위험이 있다”며 “8월 이후 두 차례 연속 동결함으로써 인하 사이클 안에 있더라도 속도와 폭을 천천히 가져가겠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동결은 원·달러 환율이 1430원대를 넘나들며 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서울 아파트값이 다시 오름세로 돌아선 가운데 내려진 결정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금리 인하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평균적으로 계량 분석을 보면 100bp 인하 시 성장률을 약 0.24% 높이는 효과가 있다”면서도 “지금까지 자료를 보면 금리 인하가 경기 부양 효과보다는 자산 가격을 올리는 쪽으로 작용하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추측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우려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부동산 가격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며 “거래량도 많이 줄었지만 상승세가 금방 꺾일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부동산 자산 가격 상승은 우리나라의 성장률과 잠재성장률을 갉아먹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전세 제도 등 구조적 문제를 고통이 따르더라도 끊어내야 하고, 부동산 시장의 구조개혁은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급한 금리 인하로 부동산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환율 급등의 원인 분석도 이어졌다. 고환율 국면에서 추가 인하에 나설 경우 원화 약세를 자극해 외환시장 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점도 한은의 판단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한 달 사이에 환율이 30원 이상 올랐는데, 약 4분의 1은 달러 강세 때문이고 4분의 3은 미·중 갈등으로 인한 위안화 약세, 일본의 확장정책 기대에 따른 엔화 약세, 그리고 우리나라의 관세 문제나 3500억달러 대미투자 조달 불확실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내국인 해외증권투자가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올해 들어 외국인 국내증권투자 규모의 거의 4배 수준이다. 관세 협상이 좋은 방향으로 타결된다면 환율 하락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장 관심은 이제 다음 금리 인하 시점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날 3개월 포워드 가이던스에서는 이 총재를 제외한 6명의 금통위원 중 4명이 현 수준(2.50%)보다 낮은 금리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봤고, 2명은 3개월 후에도 동결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지난 8월 통방 당시 인하·동결 의견이 5대1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금융불안이 커지며 인하 쪽에서 동결 쪽으로 한 명이 이동한 셈이다.

이 총재는 향후 인하 재개 시점에 대해선 “지금은 새로운 정책 때문에 가계부채 관련 위험이 많이 사라진 상태”라면서도 “부동산 가격뿐 아니라 경기 전체를 보는데, 지금은 (부동산 가격) 성장세가 계속 올라가는 상황이라 어느 정도 추세가 안정되고 둔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내달 금리 결정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의 관세 협상뿐 아니라 미·중 관세 협상도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11월에는 굉장히 많은 변수가 있다”며 “현재 반도체 사이클이 좋게 가고 있지만 미·중 갈등이 겹치면 사이클이 꺾일 수도 있는 만큼 내달 금리를 지금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김봉정 기자 space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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