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0월 18일 저녁, '제3회 배다리축제'의 열기가 한창인 인천 동구 '창영어린이공원' 특설무대 를 찾았다. 쌀쌀한 가을바람에 관람객들이 옷깃을 여미면서도 무대 앞 객석은 자리를 뜨는 이 없이 빼곡했다. 20대 청년부터 70대로 보이는 어르신까지, 다양한 세대의 관객들은 저마다 담요를 덮거나 따뜻한 음료를 손에 쥔 채 공연에 대한 기대를 나누고 있었다.
먼저 무대에 오른 이들은 '옥탑방 밴드'와 '고행산 밴드'. "정해진 순서 없이 분위기에 맞춰 즉흥적으로 곡을 바꿨다"는 이들은 자유로운 무대를 선보였다. 인천 지역에서는 이미 이름이 나있는 '고행산 밴드'가 '장미 한 송이' 등 익숙한 레트로 감성의 노래를 부르자, 객석에서는 박수와 함께 훈훈한 기운이 감돌았다. 모두가 일어나 열광적으로 따라 부르는 풍경은 아니었지만, 쌀쌀한 바람 속에서도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음악에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은 무척 인상깊었다.
이날 공연의 백미는 여성 4인조 현악 앙상블 '에이스트링'의 무대였다. 연주가 시작되기 전, 객석에 앉아 계시던 60~70대로 추정되는 한 남성 관객이 악기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이들은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등 현악 4중주 악기를 하나하나 들어 보이며 친절하게 소개했고, 관객과의 격의 없는 소통을 이어갔다.
쌀쌀한 밤공기를 가른 첫 곡은 익숙한 영화 '기쿠지로의 여름' 주제음악이었다. 세대를 초월해 사랑받는 선율에 객석은 순식간에 몰입했다. 연주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 주제곡, '황진이'의 '꽃날'로 이어졌고, 마지막 곡인 '리베르 탱고'까지 빈틈없는 연주가 배다리의 가을밤을 낭만으로 채웠다. 클래식이 낯설 법한 20대 관객도, 밴드 음악이 낯설 법한 70대 관객도, 그 순간만큼은 음악을 매개로 하나가 되어 있었다. 앵콜곡 '넬라 판타지아'가 헌책방 거리 위로 울려 퍼질 때, 비로소 '사람이 이어가는 이야기'라는 축제의 주제를 실감할 수 있었다.
관계자는 “이날 무대를 빛낸 공연 외에도 '배다리 과거시험', 주민 패션쇼, 헌책방 토크쇼 등 골목 곳곳에서 따뜻한 이야기들이 펼쳐졌다”며 ”비록 축제는 아쉽게 끝났지만, 오는 12월 15일까지 계속되는 '동구 스탬프 투어'를 통해 언제든 다시 이 골목을 찾아 그날의 여운과 배다리의 숨은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고 전했다.
온라인부 장세갑 기자 csk@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