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사준다” 주장 “상식 밖의 얘기”
“민주당 명태균 불러 도와준 셈”
부동산 공방…정청래에 공개토론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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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가 지난 23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특별시에 대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은 오세훈 서울시장. / 사진 : 안윤수 기자 |
[대한경제=박호수 기자]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의 발언에 침묵하던 오세훈 서울시장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23일 국정감사장에서 “사실관계는 특검에서 밝히겠다”며 말을 아끼던 그는, 이틀 뒤 방송에서 “그것이야말로 상식 밖의 얘기”라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특검 수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침묵하던 오 시장이 거듭된 주장에 “거짓말에 능한 사람”이라며 처음으로 공개 대응에 나선 것이다.
오 시장은 지난 25일 TV조선 ‘강적들’에서 명 씨의 ‘아파트 약속’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했다.
그는 “나중에 아파트까지 사준다고 약속하면서 여론조사 대가를 현금으로 치르겠느냐”며 “상식적으로 판단하면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과장인지 다 드러난다”고 말했다.
이어 “본인(명씨)이 7번 만났다고 하지만 대부분 스토킹에 가까웠다”며 “(여론조사를) 거기(당)에 갖다 줬다면 당에서 대가를 받아야 된다. 저희 캠프에 들어오지 않은 조사를 왜 대납하겠느냐”고 말했다.
가장 눈길을 끈 건 국감장에 등장한 ‘연애편지’ 논란이었다. 명 씨가 “김영선 전 의원이 오 시장에게 연애편지를 보냈다”고 폭로한 것에 대해 오 시장은 “그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저도 까먹고 있었는데 제 휴대폰을 보니 그 비슷한 내용이 남아 있었다”며 “김 전 의원이 굉장히 시적으로 썼다. 꽃이 등장하고, ‘안 만나주면 오뉴월에 서리가 내린다’는 표현까지 있었다”고 말했다. 오 시장의 설명에 따르면 해당 문자는 2021년 2월 23일,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보낸 장문의 문자였다.
“그런데 그 다음날 바로 또 다른 문자가 왔다. ‘명태균을 좀 만나 달라, 간절히 부탁한다’는 내용이었다”고 오 시장은 덧붙였다. 즉, 김 전 의원의 ‘시적인 문자’는 개인적인 감정이 아니라 명태균 씨를 한 번만 만나달라는 부탁의 형식을 빌린 요청이었다는 것이다.
오 시장은 “두 문자를 함께 보면 제가 당시 김 전 의원과 명 씨를 계속 밀어내고 있었다는 정황이 드러난다”며 “그걸 국감장에서 러브레터로 둔갑시키는 걸 보고, 이 사람이 어떻게 상황을 왜곡하는지를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명 씨가 ‘문자도 있다, 녹취도 있다’고 하지만 한 번도 제시하지 않았다”며 “있었다면 내가 이미 기소됐을 것”이라고 했다. 두 사람은 다음 달 8일 특검에서 첫 대질조사를 앞두고 있다.
한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민주당이 명태균을 불러 세운 게 오히려 오 시장을 도와준 꼴”이라며 “국민도 이제 실체 없는 폭로라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오 시장의 발언은 정부 여당으로 향했다. 그는 자신의 26일 페이스북에 ‘밭을 다 갈아엎어 놓고, 이제 와 열매 내놓으라고 할 자격이 있느냐’는 제목의 글을 올려 10ㆍ15 부동산 대책을 정면 비판했다.
그는 “(자신이) 서울시를 떠나 있던 10년간 정비사업이 389곳, 43만호 이상 해제되는 사태를 보며 속이 타들어갔다”며 “그래서 피눈물이 난다는 표현까지 썼던 것”이라고 했다.
이어 “마른 땅에 다시 씨앗을 뿌리고 불필요한 규제를 걷어냈다. 신속통합기획으로 ‘2031년까지 31만호 착공’이 눈앞에 보이는데, 이번 대책으로 다시 밭이 갈아엎어졌다”고 토로했다.
오 시장은 “여당은 생뚱맞게 오세훈 탓만 하고, 민주당은 본질을 외면하고 있다”며 “10년 전 정비구역을 해제한 결과가 어떤 상황을 초래했는지 되묻고 싶다”고 했다. 또 “필요하다면 직접 나서 민주당과 공개토론이라도 하겠다”며 정청래 대표에게 맞불을 놨다.
박호수 기자 lake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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